2인자, 누구인가? 조직에서 두번째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2인자다. 이런 이해는 거두절미하고 잘못된 것이다. 총리가 2인자인가. 아니다. 2인자는 지위 개념이 아니라 역할 개념이다. 2인자란 ‘넘버 투’(Number two)가 아니라 ‘롤 투’(Role two), ‘퀄러티 투’(Quality two)다. 한 종편방송 ‘썰전’의 인기패널 이철희 두문전략연구소장은 자신의 저서 <1인자를 만든 참모들> 개정판 서문에 2인자가 무엇인지 이렇게 썼다. 이 소장은 “리더십은 1인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형용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참모도 ‘참모의 리더십’이 있다”고 일갈했다. 국회와 정당, 청와대, 행정부에서 20여 년간 참모로 일해온 이 소장은 <1인자를 만드는 2인자들> 외에도 <디브리핑-클린턴과 블레어 그리고 참모들> <어드바이스 파트너> 등 참모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집필했다. ‘참모론’으론 독보적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야당은 “무책임한 회피”라고 비판했고 여당에서는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 국민 여러분의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정 총리는 행정부 내에서 지위 개념으로서 그냥 ‘넘버 투’였다.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롤 투’나 ‘퀄러티 투’는 아예 없었거나 박 대통령이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날인 17일 정 총리는 사고수습과 사후 대책을 총괄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구성을 지시하고 본인이 직접 대책본부장을 맡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대책본부장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구조작업이 늦어지자 최고 책임자를 불러오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가족들에게 이 장관이 “본부장이 접니다. 저한테 말씀하세요”라며 설득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정 총리가 단순한 ‘넘버 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건 박 대통령 책임이다.
총리에 취임하기 전 정 후보자는 총리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을 정확하게 바르게 보필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정 총리는 그 동안 박 대통령을 충실히 ‘보필’했다. 하지만 ‘바르게’ 했는지는 의문이다.
‘루이 하우’는 오늘날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시킨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롤 투’였다. 루스벨트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우는 그것을 조각조각내고, 있을 법한 모든 결점을 샅샅이 찾아내는 비판자였다. 루스벨트는 하우의 모든 비판을 충분히 방어하고 나서야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우는 소아마비에 걸린 장애인 루스벨트를 최고의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는 모든 것을, 최고의 것을 그에게 바치고 떠났다.
신창훈 정책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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