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라는 이유로…진술 신빙성 없다고…

-난민 통계 집계 이후 계속 난민 인정 감소세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우간다 출신 A(28ㆍ여) 씨는 지난 2014년 서울고법에서 의외의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심과는 달리 “A 씨를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마을 주민들이 집에 불을 지르는 등 고국에서 탄압받았다”며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냈다. 1심은 A 씨의 난민신청을 받아들였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과거 인터넷을 통해 남성에게 공개구혼한 사실을 문제삼았다. 또 “A 씨 주장과 달리 우간다 A 씨 가족 거주지역에서 2011년 2월께 불이 난 적이 없었다”며 “A 씨가 동성애자라는 주장도 믿을 수 없다”고 봤다.

A 씨 사례처럼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는 등 난민포용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난민인정 비율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난민신청자는 총 5711명이다. 난민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최대규모다. 반면 난민으로 인정된 인원은 105명으로 전체 인원대비 1.8%에 불과하다. 전체 신청자의 11.1%가 난민으로 인정된 2010년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법원의 난민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 신청자 진술의 신빙성을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진술의 일관성은 출신국의 상황 등과 동시에 난민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일례로 코트디부아르 국적 A 씨는 “진술이 자꾸 번복된다”는 이유로 7년간의 소송 끝에 겨우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2005년 한국에 들어온 A 씨는 “고국에서 정치활동을 하다 반군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고 돌아가면 보복이 우려된다”며 우리 정부에 난민 신청을 냈다. 신청이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A 씨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난민 신청을 기각했다. A 씨가 난민 신청 당시에는 반군에게 공격당한 시점을 2004년 11월이라 진술했지만, 면담조사와 소송 당시 각각 2003년 3월과 2004년 6월로 말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진술의 세부내용이 다소 일치하지 않지만 피해사실과 A 씨가 겪었을 정신적 충격, 우리나라와 코트디부아르의 언어감각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주장 사실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난민심사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법체류 기간을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난민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를 주로 수임하는 한 변호사는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는 소송 중에는 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며 “이를 악용해 불법 체류기간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소송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점을 고려해 법원에서 난민 심사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로 인해 위험에 처한 난민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 김성인 씨는 “난민들은 고국의 위험을 피해 도망쳐온 사람“이라며 “이들은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불법체류하며 한국에 남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난민 인정은 당사자에게 단순한 ‘체류 허가’가 아닌 ‘목숨 구명’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며 “법원이 이 점을 무겁게 고려해 위험에 처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가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