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ㆍ이수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다시 동결했다. 고용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한데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기는 했지만, 시장에선 미 대선 이전까지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초 4차례 인상에서 단 한차례 인상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고용동향ㆍ브렉시트에 발목 잡힌 ‘금리인상’=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고용시장의 개선 속도가 늦다”며 “비록 실업률은 하락했지만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노동시장의 추가적인 개선”을 지적했던 것과 비교하면 연준의 고용시장에 대한 시각이 정반대로 선회한 셈이다. 이는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대표적인 고용지표인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증가량이 시장의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3만8000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만,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 성장이 “눈에 띄게 둔화됐다”면서도 “고용시장의 상황은 여전히 건강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특히 “다른 지표들이 녹색을 보이고 있을 때 어느 한 지표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며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지난 5월 고용동향과 달리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현황이나 구인ㆍ이직보고서(JOLTs) 같은 다른 지표들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 0.25%∼0.50%로 유지하기로 한 데에는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여부 결정 투표에 따른 불확실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브렉시트 같은 대외 요인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금리)결정을 이끈 여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브렉시트 가능성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공포 얼마나 크길래=지난 나흘간 영국 FTSE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은 브렉시트 우려감에 980억 파둔드(약 163조원)이 증발했다. 파운드화 가치도 1.41달러로 두 달 새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아시아 증시는 물론 미국 증시도 크게 출렁였다.

옐런 의장도 이날 브렉시트 여부가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며,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 결정에 영향을 주는 미국 경제 전망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공포가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브렉시트 공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연쇄 충격의 파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영국 재무부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2030년까지 잔류 때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가 6% 위축될 수 있는데, 이는 가구당 연간 4300 파운드(750만 원) 정도의 손실이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 GDP가 2020년에는 3%, 2030년에는 5%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국제컨설팅업체 PwC는 각각 2020년 영국 GDP가 최대 3.9%와 3%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사라지게 될 일자리에 대한 전망도 기관마다 50만~100만 개로 다양하다.

문제는 영국의 경기후퇴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EU 경제 침체→세계 경제 둔화’라는 연쇄작용의 시발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는 “영국의 GDP 감소는 수입물량 축소로 이어져 영국 수출 비중이 큰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7월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놨지만…시장은 ‘글쎄’=연준은 이날 “통화정책에 점진적으로 적응하면서 경제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며 고용시장 지표가 점진적이지만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지표와 글로벌 경제, 금융상황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경제상황에 따라 점진적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옐런 의장도 7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했고, 올해 몇 차례 인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회의 때마다 검토한다”고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FOMC 위원들이 제시하는 적정 금리수준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봐도 9명의 위원이 올해 2번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6명은 올해 1번 금리를 올릴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올해 11월 8일 미국 대선까지는 금리인상이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NN은 이와 관련 “7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낮다”며 “올해 연준이 단 한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급격히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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