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을 수행중인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중 한진해운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대는 캐나다의 컨테이너선주인 시스팬입니다. 시스팬은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돌입하고 얼마안돼 언론에 공개적으로 “한진해운이 3개월치 용선료를 연체했다”며 폭로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한진해운은 해운업계에서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용선료 조정 협상을 진행중입니다.
물론 현대상선이 이 어려운 미션을달성했지만, 이는 사실상 용선료 인하가 아닌 조정 작업이었습니다. 원래 용선료의 30%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했지만 피말리는 줄다리기 속에 결국 20%대 초반 인하로 결정됐습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의 뒤를 이어 용선료 조정에 성공해야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받게 되고, 현재의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 한진해운의 앞길을 번번이 방해하는게 바로 시스팬입니다.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옥에 들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 직후 한진해운은 “시스팬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렇게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몇일후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반대 입장을 내놨습다른니다. 게리 왕 회장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제안에 대해 “견딜 수 없다”며 “한진해운의 용선료를 인하해주느니 (빌려준)선박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진해운이 용선료 20%~30% 인하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요청했다“며 “이러한 제안을 들어줄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어 “우리는 매우 인내심 깊고, 한진해운을 지지한다”면서도 “만약 한진이 우리의 인내심에서 벗어난다면, 선박을 회수하는 방법 외에 선택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왕 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서는 “시스팬이 용선료 협상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고도의 협상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협상을 깰 수 있다는 초강수로 한진을 거세게 압박하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주사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의 경제적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계약 내용을 조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용선료를 한푼도 못받게 될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어떻게든 자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기 위해 고도의 협상 전략을 펴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업계에서는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이 언론플레이를 잘 하는 편이라고도 합니다. 한진이 용선료를 연체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본에서 해운관련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물론 이같은 왕 회장의 전략이 한진에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용선료 연체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이치뱅크사는 시스팬의 투자등급을 낮췄습니다.
한진해운 측도 시스팬의 고도의 협상 전략임을 알면서도 확실한 ‘을’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시스팬은 컨테이너선 120여 척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주사로, 빌린 배의 규모로만 보면 한진해운에 가장 중요한 협상대상입니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시스팬은 한진해운에 10년간 3척의 배를 용선해줬고, 또다른 6척의 배를 시스팬의 파트너사가 대신 관리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한진해운은 이미 7척의 배에 대해 약 230억 원의 용선료를 체납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은 게리 왕의 “선박 회수” 발언이 확산되자 “시스팬이 그동안 용선료 ’인하‘가 아닌 ’조정‘ 협상임에도 언론에서 ’인하‘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해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즉, 이번 협상이 당장의 용선료를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중에 인하분 만큼 갚는 형태로 ‘인하’가 아닌 ‘조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시스팬도 아예 판을 깰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한진해운이 그들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어떻게든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현대상선의 110일 넘게 진행된 용선료 협상도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선주들이 조정에 동의해 줬습니다.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선주들도 끝까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 것이고, 한진해운도 이에 맞서 마지노선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달리 ’디 얼라이언스‘라는 해운동맹에 이미 가입된 상태라는 강점도 있습니다. 반면 현대상선이 이미 용선료 협상에성공한 상태라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진해운은 16일 공시에서 9개국 22개 선주들의 60척 선박을 대상으로 향후 3년6개월 동안 기존 계약 용선료의 30% 인하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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