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중과 소통하는 무용가 이은선 인터뷰
※ 권혜수의 문화 텔레스코프
문화 텔레스코프 예술인편에서는 멀게만 느껴지는 문화예술 필드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예술가와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Q. 권혜수 / 이은선은 어떤 분이신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발레를 시작하시게 되신 시기와 계기는 어떻게 되실까요?
A. 이은선 / 많은 사람이 발레의 매력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무용을 전공하면서부터 교수가 꿈이었기에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형화된 움직임으로 구성된 클래식발레보다는 모든 움직임이 춤이 될 수 있다는 열린 생각으로 창작 발레 안무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용을 전공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중학교 시절 현대무용을 시작하였고, 어머니의 스승님이셨던 이화여자대학교 (故) 홍정희 교수님의 권유로 발레를 전공하여 경희대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모교의 창학이념인 ‘문화 세계창조’를 생각하며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인재가 되기 위해 발레노바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무용수, 안무가, 연출가, 교육가 활동을 꾸준히 하며 무용학박사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에도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더원댄스컴퍼니를 창단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창작활동과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권혜수 / 발레를 늦게 시작하신 만큼 발레를 늦게 전공하시거나 취미로 하시고 싶으신 분께 한마디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이은선 / 보통 발레는 6~7세에 시작하여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전공의 길을 걷게 됩니다. 발레의 기본이 되는 풀업(full-up)과 턴 아웃(turn-out)의 기술은 유연성과 근력이 필요하며 고난도의 테크닉을 연마하여야 하기 때문에 무용수의 삶은 마치 수행자의 길과 같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늦게 시작하게되면 그만큼의 노력의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저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열정을 가지고 가라’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무용수의 발등을 얻기 위해 틈만 나면 발끝까지 구부리는 포잉(point) 연습을 계속하였고, 잠이 들기 전까지 스트레칭을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든 적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춤 자체를 즐기세요!
돌이켜보면 제가 발레를 사랑하고 이 길을 걷고 있는지도 30년이 넘었습니다. 제 꿈은 춤추는 할머니로 늙어가는 건데요. 그러려면 자기관리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우선 춤출 체력과 마음을 표현할 심력, 그리고 이를 받쳐 줄 지력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속도에 맞게 자기관리의 힘으로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 꾸준히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Q. 권혜수 / 발레를 비전공자들에게 취미활동으로 가르치시는 활동도 하시고 계시는데요. 매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포부와 계획은 어떻게 되실까요?
A. 이은선 / 발레는 근력과 유연성을 증대시켜주고, 체지방을 감소시켜 바디라인을 아름답게 해주며, 자신의 몸을 인지하며,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에 맞춰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에 송파문화재단 × 총신대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로 사회연대’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발레에 관한 편견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발레 동작으로 자신감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아마추어 취미 발레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이 삶을 살아가는데 동력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춤추는 삶,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저는 이 춤추는 행복한 기분을 많은 분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춤추는 몸, 약동하는 생명>, <발레 살롱> 등의 인문학 강의를 통해 춤의 전도 활동도 진행하고 있고, 서울발레시어터와 협력하여 석촌호수 수변 무대에서 서울발레페스티벌을 2회째 개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대중들에게 발레의 묘미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여 함께 춤추는 세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Q. 권혜수 / 서울발레페스티벌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은선 / 서울발레페스티벌은 남녀노소,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발레 축제입니다. 서울발레시어터 최진수 단장님과 저는 대중들이 발레를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에 협력하고 있는 와중에, 송파구에서 나고 자란 최진수 단장님과 현재 송파구에 거주하고 있는 제가 송파구의 명소 석촌호수 서호 수변 무대에서 ‘시민들을 위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된 축제입니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저희는 마음을 모아 서울시 민간축제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2회째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무용수들의 무대와 아마추어의 작은 도전의 무대까지 6일간 진행되었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민발레체조, 인문학 강좌, 엄마랑 아가랑, 썸클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야외무대 행사이다 보니 평소 시민들이 볼 수 없는 무용수의 무대 클래스, 리허설 모습을 보실 수 있었고, 리허설에도 박수를 보내시는 시민들의 사랑 덕분에 무용수들에게도 리허설을 공연처럼 하게 되어 시민과 무용수들에게 특별한 선물 같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권혜수 / 더원 댄스컴퍼니의 소개와 발레의 대중화나 소통을 위해 기획하고 진행하신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이은선 / 발레 예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며, 발레의 어려움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창작활동을 통해 한국발레의 활성화와 문화복지에 이바지하고자 2016년에 창단하여 대중의 사연을 공모하여 창작 발레 작품을 선물해주는 단편 시리즈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소재로 표현한 옴니버스식 발레를 안무하였고, 타 예술 분야와 협력하여 무용극, 음악극 등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또한 공교육과 연계하여 찾아가는 예술가 활동, 예술 탐구 등의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실행하며,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권혜수 / 끝으로 발레를 대중들이 좀 친숙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면에서 어떤 것을 제안하고 싶으신지요? 또한 대중들이 발레를 좀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이은선 / 발레는 ‘가녀리고 우아한 여성이 추는 춤이다’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계신 거 같습니다. 그러나 발레는 1390년경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왕과 귀족들이 추던 남자춤이었습니다. 태양왕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루이 14세도 5살 때부터 시작한 발레를 부상으로 그만 두기 전까지, 매일 두 시간씩 연습할 정도로 발레를 사랑한 유명한 춤꾼이었죠. 우리에게 춤이, 발레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문외한이어서, 몸치여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서부터 춤꾼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음악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춤을 추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으세요? 학창 시절 춤을 춰본 기억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우리는 미술과 음악은 배워왔기 때문에 음악회나, 전시회를 보러 가기는 편안하지만, 무용을 보러 극장에 간 경험도 없고, 초대를 받아도 불편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공교육 안에 무용 교육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은 춤출 권리가 있다” 이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무용은 체육 교과안에 한 단원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예술교과안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무용인의 염원을 담아 무용 교과 독립을 위해 예술 교과군에 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모든 국민이 춤출 권리를 보장하고 싶습니다. 문화 향유를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모든 국민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무용이 공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춤을 추세요. 당신의 삶이 춤이 됩니다. 제가 인문학 강의 마지막에 항상 하는 말입니다. 직접 춤을 추며, 발레의 묘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감상을 위해서는 두 가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클래식 작품일 경우, 사전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가시면 스토리, 음악적 표현, 안무적 특징 등 다양한 면을 풍부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창작작품일 경우, 사전지식 없이 온전히 작품을 감상하신 후에 안무가의 기획 및 의도를 확인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개개인의 삶 속에 녹여진 경험과 예술가의 예술적 표현이 더해져 공감과 다양성에 새로운 경험이 되실 겁니다.
글·사진 = 권혜수 우석대 교수
정리 =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