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 인하로 다국적사 이전 가능성

막대한 대미흑자로 통상분쟁 시달릴 수도

아일랜드 투표장 앞 유권자들
아일랜드 투표장 앞 유권자들. [AFP 연합뉴스]

유로존의 경제강국 아일랜드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상문제와 법인세 인하 2가지 때문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만 따지면 아일랜드는 2022년 기준 약 11만달러 수준으로, 세계 3위권이다. 매년 막대한 재정 흑자도 기록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2022년부터 매년 80억유로 이상의 흑자를 낸다. 올해 마찬가지다.

이처럼 넉넉한 재정수입은 법인세 세수에 크게 의존한다. 거의 절반이 법인세에서 나온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이원화돼 있다. 다국적 기업 15%, 자국 기업과 연매출 약 1조원 미만인 다국적 기업에는 12.5%를 부과한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 21%로, 아일랜드보다 6%포인트 낮다. 트럼프 당선인이 6%포인트 인하를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면 양국 세율은 같아지거나 차이가 줄어든다.

아일랜드는 이처럼 낮은 법인세율에 힘입어 미국 MS 등 미국 IT대기업과 화이자 등 제약기업의 본사를 대거 유치했으며, 이들로부터 막대한 세수를 걷고 있다. 이들이 본사를 미국으로 되돌릴 경우 아일랜드가 입을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트럼프발 통상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고해 왔다. 아일랜드는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고 있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일랜드의 대미 수출 540억유로(80조원) 중 유기화학·의약품 수출이 360억유로(53조원)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230억유로(34조원)로 대미 흑자가 310억유로(46조원)에 달한다.

올해 1∼8월 대미 수출은 455억유로(67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다. 8월엔 특히 대미 수출이 대EU 수출을 앞질렀다.

트럼프 2기의 상무장관 내정자 하워드 러트닉은 지난달 “아일랜드가 우리 비용으로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는 건 터무니 없다. 이 넌센스를 끝낼 때 미국은 진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 했다.

국제유럽문제연구소의 경제학자 댄 오브라이언은 최근 영국 스카이뉴스에 “아일랜드 경제가 미국에 얼마나 의존하는 지는 두말할 나위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