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촛불대행진’에 K-팬덤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돌 응원봉이 활용돼 주목받은 가운데, 야당 국회의원들이 아이돌 응원봉을 직접 구매했다며 잇달아 인증 사진을 공개해 화제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응원봉을 언박싱(구매한 상품의 박스를 개봉하는 것) 한 사진을 올리고 “당근(중고 거래 플랫폼) 아니고, JYP 숍 구매 정품”이라며 “전 두 딸의 아빠이니 당연히 스트레이키즈”라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 의원의 게시물에 “멋지다 딸 바보 이훈기”, “나침봉(스트레이키즈 응원봉을 칭하는 말)을 사다니, 힙하다 힙해”, “당근에서 사면 어떻습니까,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로 이 의원을 응원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아이돌 응원봉 구매를 인증했다. 김 의원의 선택은 그룹 라이즈의 응원봉이었다.
김 의원은 엑스를 통해 “저도 ‘윤석열 탄핵’ 집회를 알록달록 물들인 응원봉을 구매했다”며 라이즈 응원봉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막내 비서관의 강요(?)로 함께 공동구매를 했다”면서 “‘주블리’(김 의원 애칭)와 ‘브리즈’(라이즈 팬덤명)가 유사하다며 꼭 ‘라이즈’ 응원봉을 사야 한다고 무척이나 졸랐다”고 응원봉 구매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이즈는) 알고 보니 지난 전당대회 때 제가 즐겨 불렀던 ‘Boom Boom Bass’ 노래의 주인”이라면서 “이번 주 토요일(14) 응원봉을 들고 목이 터져라 ‘윤석열 탄핵’을 외쳐 보겠다”고 했다.
응원봉을 구매했다는 시민들의 인증 글도 온라인상에 잇따라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아침에 딸에게 생일 선물로 응원봉을 사주겠다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주문하라고 했다. 딸은 금방 탄핵이 될 것 같은데 아깝다더니 이내 좋다고 했다”면서 “이 응원봉을 사서 한두 번밖에 못 쓰고 탄핵이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초등학생 딸 용돈으론 비싸서 못 사던 응원봉인데, 딸 아이 덕질을 위해 아빠가 사서 탄핵 집회에서 깨끗히 사용 후 선물로 주겠다고 했다”며 아이돌 응원봉을 구매한 캡처 사진을 공유했다.
이 밖에도 “지난 주부터 여의도 집회에 매일 출석체크 하고 계신 ○○이 아버님이 ‘나만 알록달록 응원봉이 없다’고 한탄하셔서 하는 수 없이 아드님이 친구를 통해 아이즈원과 엔믹스 응원봉을 구해 왔다고 한다” 등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구매 인증에 “그 응원봉 평상시에는 뽁뽁이로 포장해서 쇼케이스에 모셔두는 거다. 내가 누군지 밝히는 신분증 같은 건데 아이들이 그렇게 ‘제일 귀한 걸’ 들고 나온 거란 걸 알아달라”, “시민들의 염원을 유행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했따면 집회 뒤엔 꼭 당근하시라” 등의 당부도 이어졌다.
한편 로이터는 응원봉이 활용된 이번 집회를 두고 “K팝 응원봉이 시위에서 새로운 도구로 떠올랐다”며 “비폭력과 연대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K팝 응원봉이 윤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새 생명을 얻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하고 응원봉을 흔들면서 콘서트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