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후 원·달러 환율 급등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인상 가능
트럼프 2기 관세 파장 우려 고조
라면제조사 “현지생산 확대” 검토
‘K-푸드’ 열풍을 주도하는 국내 식품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급등하며 의도치 않은 ‘반사이익’을 입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다. 내년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보호관세를 예고한 것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고환율 영향이 당장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건 악재지만, 수출 매출로 상쇄할 수 있어서다. 또 원재료를 미리 매입하기 때문에 ‘시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16일 “밀가루 원료인 원맥을 가공하는 기업은 힘들 수 있으나 수출 비중이 큰 식품업체 입장에서 고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특히 주 원재료를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3~6개월 (환율이) 반영되기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고환율에 따른 연쇄작용은 부담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밀가루 원료인 원맥이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매달 수입하는 물량에 대한 비용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장기화하면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관련 식품 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도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중국 수입품에 10~20% 수준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 보호 관세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식품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K-푸드’의 선두주자인 라면 제조사는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검토 중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지만, 농심 등 일부 기업은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가 있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국내에만 생산라인을 가진 업체들도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불닭 시리즈로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는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라인을 갖추지 않은 상태다.
삼양식품의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양식품이) 현재 건설 중인 밀양 2공장이 내년 6월, 늦어도 7월에는 상업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외 생산 공장 설립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제과업계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밀가루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와 관련해 당장 영향이 없지만, 고환율이 계속되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급망과 외환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신현주·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