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군 공습에 카다피 병원 전전
통신두절로 사실상 軍통제권 상실
가족 해외망명·군부 이탈 심화
리비아 정부는 수차례 정전제안
서방국 “카다피 퇴진 우선” 일축
지난 2월 16일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된 도시에 리비아 정부는 군을 급파해 진압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이집트 민주화 등 중동에 번진 ‘재스민 혁명’의 영향을 받은 반정부시위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2월 말 시위가 반정부세력이 장악한 동부지역에서 서부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수도 트리폴리도 핏빛으로 물들었다. 리비아 정부군은 전투기와 용병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했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유혈사태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나토군의 공습과 국제사회의 정치적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1969년 쿠데타 이후 지속된 카다피의 40년 철권통치도 벼랑 끝에 섰다. 리비아 내부 분열도 심화된 가운데 종적이 묘연한 독재자 카다피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군통제권 잃은 카다피 하야하나=25일(현지시간) 나토군이 사상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한 수도 트리폴리. 군사시설과 카다피 관저를 맹폭한 목적은 카다피 축출. 블룸버그통신은 EU 고위관계자를 인용, 카다피가 나토의 야간공습을 피해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날 이후 매일 대규모 공습이 이뤄지면서 카다피는 친위부대와 통신이 두절돼 사실상 군통제권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리비아 정부도 처음으로 카다피의 퇴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신 등에 따르면 칼레드 카임 리비아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리비아 정부기관이 지난해 이미 개헌을 논의했고 그 가운데는 카다피가 명목상의 최고지도자로 남거나 정치에서 물러나는 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카임 장관의 발언은 리비아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휴전 조건이 제시된 시기에 나온 것으로 카다피가 조만간 퇴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달 중순 이후 종적을 감춘 카다피를 향한 국제사회의 외교적ㆍ군사적 압박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주 회담을 갖고 카다피 퇴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을 천명했다. 영국도 카다피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자 공격용 헬리콥터인 아파치 부대를 지중해에 배치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프랑스도 영국과 함께 리비아에 공격용 헬리콥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부분열 심화…카다피 가족들까지 망명길=리비아 사태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리비아 정부 인사와 군부의 이탈이 이어지는 점도 카다피에겐 고민거리다. 이 와중에 외신 등은 지난 19일 카다피의 부인과 딸이 육로를 통해 리비아를 떠나 튀니지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최측근인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도 이달 중순 튀니지로 망명했다.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쿠사 외무장관과 그의 전임자였던 트레키 전 외무장관이 각각 영국과 이집트로 망명한 바 있다.
군부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군 장교들이 줄줄이 리비아를 떠나거나, 높은 실업률과 빈부격차 심화, 카디피 친인척의 부정부패 등으로 번진 반정부시위에 동조하고 있다.
한편 리비아 정부는 26일(현지시간) 반군에 정전을 다시 제안하면서 대화 의사를 밝혔다. 알바그다디 알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는 이날 트리폴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에 정전 개시 날짜를 구체적으로 정해 국제감시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 3월 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연합군이 군사적 개입에 나서자, 여러 차례 정전을 제안했다. 그러나 반군은 카다피와 그의 아들들이 물러나야만 정부와의 정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미국·영국·프랑스 등도 카다피 측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전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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