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회> 날개에 숨긴 칼 39
빨간 고쟁이를 입은 남자와 알몸 위에 대충 붕대를 감싼 여자!
이런 몰골의 남녀가 배에 올랐으니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수밖에. 김지선과 유호성은 사진 찍지 말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글쎄 그게 씨나 먹히는 소리일까?
“초상권 침해라고요. 사진 찍지 말아요!”
극한 상황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한결 독하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유호성은 고쟁이에 얼굴이 파묻힐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김지선은 목에 핏대를 올리며 연방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그래요. 그만들 하십시다. 여러분들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옷이 파도에 쓸려나간 모양인데… 불쌍하잖아요. 누구 여벌 옷 좀 있으면 이 분들께 빌려주세요.”
역시 선장다운 발언이었다. 하지만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틀니가 빠진다고, 배에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지만 여벌 옷을 준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름철이기도 하려니와 기껏 인근 섬에서 목포로 마실 나가는 정도였기에 굳이 여벌 옷을 장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걸 어쩌나… 여벌 옷이 없으니 큰일입니다. 나라도 벗어 드리고 싶지만 나 역시 달랑 티셔츠 한 장만 입었단 말입니다. 곧 목포에 도착할 텐데 웃통 벗고 다닐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고민하던 선장은 마침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들며 말했다.
“아가씨, 이 모자라도 푹 눌러 쓰실라우? 어차피 몸매는 다 드러난 것이고… 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이나 가리라는 게지요. 뭣이냐, 여자 목욕탕에 불이 나면 죄다들 두 손으로 얼굴만 가리고 뛴다잖아요?”
까무러치고 뒤집어질 노릇이었지만… 생각하니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그러니 어쩌랴. 김지선은 그 모자를 받아서 얼굴이 가려지도록 깊이 눌러써야만 했다.
“그나마 얼굴이라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조금만 참으세요. 목포에 도착하면 곧바로 택시를 잡아서 목욕탕으로 모실게요. 뜨거운 물에 목욕이나 하고 계세요. 그동안 내가 시장에 가서 알맞은 옷을 구해올게요.”
현성애였다. 그녀는 애초에 계약했던 무인도 관광을 접고 김지선과 유호성의 뒤처리를 자처했던 것이다. 물론 모두가 계획한 대로였다. 상대방에게는 두 팔 걷어붙이고 돕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좋고, 내심으로는 끝까지 뒤따라 다니며 망신당하는 꼴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으니 마당 쓸고 돈 줍는 셈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그런데 옷값은 어떡하죠? 우린 돈이 한 푼도 없어요. 모두 바닷물에 떠내려갔거든요?”
“그야 나중에 갚으면 되지요. 지금 그런 걱정 할 때인가요?”
계획한 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으니 신나는 사람은 현성애 밖에 없었다. 배는 점점 속력을 높이는 중이었고 뱃전으로 밀려 들어오는 바람은 끈끈하긴 했으나 제법 싱그러웠다. 이제 배가 목포에 닿으면 김지선은 목욕탕에, 그러나 유호성은 별도의 모텔에 밀어 넣을 요량이었다. 왜냐고? 당장엔 불쌍해 보이는 청춘들이지만 그 연놈들이야말로 1박 2일 동안 찰떡처럼 붙어있던 사이 아니었던가. 그런 것들을 미쳤다고 한 장소에 풀어 놓아? 내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되는 줄 알아? 뭐 대충 이런 심정이었다.
“고마워요, 미스 현. 나중에 회장님께 잘 말씀드릴게요.”
유호성은 이런 식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물론 진심일 터였다. 하지만 뭐가 어째? 회장님이라면 제 아버지 유민 회장을 일컫는 말일 테지. 유민 회장에게 잘 말씀드린다는 것은 아직도 제 꼬락서니를 모르고 황태자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데… 어디 잘 해보라지. 넌 오늘 된통 걸린 거야. 뭐 이런 심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선 씨, 그리고 호성씨! 배에서 내리면 무조건 빈 택시를 향해서 나랑 함께 뛰어요. 여객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보고 난리를 칠거예요. 그러니 모자는 푹 눌러 쓰세요.”
현성애는 제법 진지한 투로 말했지만 속으론 웃음을 참느라고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옥택연 25억에 낙찰받은 그집, 75억이 됐다…류현진 부부도 사는 강남 고급빌라 [초고가 주택 그들이 사는 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4/news-p.v1.20260904.6851255acf834221b5039de0a2498eb5_T1.jpg?type=h&h=240)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