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2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7
하와이로 골프 전지훈련을 떠나온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지만 둘이 오붓하게 룸을 잡고 들어앉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유한솜을 비롯하여 전략기획실장 한승우, 공 대리 등등의 떨거지들 때문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손자병법에 따른 전략이기도 했다. 무릇 강준호는 전지훈련을 떠나오기 전부터 신희영이라는 재벌 마나님을 수중에 함락시키기 위한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왜냐고? 신희영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이 곧 유민 회장에게 복수하는 길이었으므로. 이 얼마나 꿈 같은 말인가, 완전정복!
“지체 높은 사모님을 이런 싸구려 모텔로 모셔서 어쩌지요?”
“방이야 아무러면 어때? 급한데….”
손자병법 36계, 혼전계(混戰計) 편에 있는 제20계, ‘물을 흐려놓고 고기를 잡으라!’는 계략이라고나 할까? 이를테면 강준호는 신희영이 혼미한 정신으로 먼저 응!응!을 하자고 요구해올 때를 기다려온 셈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재벌 마나님인 동시에 강준호를 고용한 오너였다. 그녀와의 스포츠섹스가 처음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오너였기에 눈치를 보아오던 처지 아니던가. 격의 없이 잘못 껄떡댔다가는 여태까지 쌓아온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소한 3성급 호텔로는 가셔야지요?”
“환한 프런트에서 얼굴 팔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텔이 더 나아요.”
혹은 적전계(敵戰計)에 속하는 제12계를 구사하는 중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순수견양(順手牽羊)… 기회를 틈타 양을 슬쩍 끌고 간다는 뜻이니, 작은 허점을 적절히 이용하라는 병법이었다. 이를테면 신희영은 오랜만에 객지에서 탱고를 추다가 그만 춘심이 작동했던 것인데, 춘심이 작동하니 정신이 혼미해졌을 테고 아울러 허점을 내보이고야 만 셈이었다. 물론 손자병법을 통달한 강준호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디어 미끼를 덥석 무는군요, 신 여사님.’
강준호는 허름한 모텔의 프런트에서 대실료 50달러를 지불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신희영이 먼저 몸이 달아 스포츠섹스를 요구하기는 어쨌거나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만간 그녀가 유민 회장과 이혼하게 되는 날엔 무려 2000억원이란 재산을 분할받을 귀하신 몸 아니던가. 손자병법 제10계, 소리장도(笑裏藏刀)… 칼을 품고 있지만 웃어 보이라! 그는 아직도 박력이 넘쳐나는 지겟작대기를 손등으로 툭툭 치며 룸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랑은 참기 힘든 것이로군요.”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넘쳐나는 하와이에서 제일 싸구려 모텔 방에 투숙한 늙은 연인들의 대화치고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강준호는 무척 고심한 끝에 시를 읊듯 내뱉은 말이었다.
“그래요, 못 참겠네… 하지만 무드는 살려야지? 음악이라도 틀어봐요, 강 프로님.”
하리오즈 클럽에서 빈속에 마신 위스키 탓이었을까? 신희영은 조금 전까지 온몸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던 탱고의 리듬을 되새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거 좋지요’ 어쩌고 하는 강준호의 대답은 이내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묻혀버렸다.
“아! 이 음악… 이 곡에 맞춰서 사랑을 나누면 홍콩에 간다는 그 음악예요.”
“그-래요? 이건 라벨의 볼레로?”
“맞습니다. 역시 신 여사님은 멋쟁이야. 짜~자라 자라자라 짠 짜자 잔! 평균 3초 간격으로 나오다가… 가끔은 3초에 여섯 번씩 나오기도 하지요.”
“뭐가? 뭐가 3초 간격으로 나와요?”
“강렬한 음! 그 음의 강약, 속도에 맞춰서… 하다 보면… 저절로 홍콩엘 가게 된다고요.”
저녁식사를 거르고 빈속에 위스키를 마시면 이렇게 되는 것일까? 신희영은 갑자기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되어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왕 홍콩에 갈 바에야 일등석을 타야지, 그녀는 급히 샤워를 끝내고 온몸에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다. 남자의 억센 품에 안겨 요리조리 미끄러지듯 요동을 치는 감각적인 스포츠를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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