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원천은 소리와 육체이고, 육체의 진동이 있어야 소리가 난다는 점에 비춰보면 무용이 인간 예술행위의 가장 원초적인 수단입니다. 무용과 대중 사이 간극을 좁히는 일은 인간 본연의 예술추구 본능과 에너지를 되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연극이나 영화 등에 비해 일반인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무용을 시민이 좀더 알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민을 무대로 끌어들이고 시민 삶의 현장속에 파고들어 ‘무용 대중화’에 나선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로 창립 19년을 맞는 ‘나무우용단’(단장 손인영)은 지난 15~16일 목포와 순천지역 사회복지관을 찾아 창작무용 ‘하하하하’, ‘도깨비춤’, ‘웃음’ 등 작품으로 ‘나눔’ 공연을 한데 이어, 오는 22~23일 과천중앙공원 분수광장에 ‘웃음’을 한보따리 싸짊어지고 시민들을 찾아간다.
오는 29일에는 서울 포이동 무용전용 M극장에 자발적인 시민들로 구성된 후원회원들을 초청해 춤과 해설을 곁들인 ‘이야기가 있는 춤방’ 교실을 연다. 작품 창작에서도 ‘흥부’, ‘신데렐라 되기’ 등 일반에 친숙한 주제와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우아하고 정제된 무대 만을 고집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길거리나 공원에서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예술형태인 무용을 선보이면서 대중과 무용 사이에 드리워졌던 오랜 장막을 걷어내려는 것이다.
‘웃음’의 안무는 생활주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합의 순간들을 잘 포착해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고 풍자와 극적인 요소를 적절히 가미해 시민들이 춤에 대해 손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대로 향한 조명 때문에 관객의 시선을 실제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치 서로 마주보고 있는 듯 시선을 보내고, 때론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며, 웃음보를 터트릴 만한 요소를 끼워넣는 등 관객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나우무용단’의 최고 덕목이라고 손단장은 설명한다. 관객이 잘 보이지 않으니, 동작이나 연기에만 매몰되는 예술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우무용단은 공연때면 늘 춤에 대해 시민들에게 설명해주는 일을 잊지 않는다. 공연이 무용수의 방문이라면, 지난 7월 시작해 3회째 이어온 ‘이야기가 있는 춤방’은 대중의 답방이다. 손단장은 “무용은 몸짓의 기호로 감흥과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창의력 발전에 더없이 좋은 재료가 될수 있다”면서 무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손 단장은 ‘K댄스의 세계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일반인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무용 한류’의 위상은 세계 곳곳에 태극기를 휘날릴 정도로 높아져 있다. 최근 영국 에딘버러 축제, 미국 제이콥스필로 댄스페스티벌에서 국내 무용예술인들이 K팝 못지않은 갈채를 받았고, 최고 권위의 이탈리아 시칠리아 국제무용콩쿠르에서 우승 준우승을 석권한 바 있다. 탁월한 창의성은 물론이고 한국인의 몸짓은 직선과 곡선 모든 표현을 잘 소화해낸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비보이 세계 제패의 비결과 맥락이 통한다.
나우무용단도 무용한류의 선두권에 서 있다. 1996년 미국 코네티컷, 필라델피아에서 ‘문화나눔’ 차원의 공연을 벌이는등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뉴욕, 뉴저지 등 미국지역 두루 K댄스를 알렸고, 2005년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지에서 초청공연을 진행했다. 2007년에는 터키에서, 2009년엔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의 ‘끼’를 자랑했다.
나우무용단의 창작품 중 장날을 소재로 해서 2009년에 만든 ‘3일밤 3일낮’은 남미와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4년에 만든 ‘아바타처용’은 학문적 자료서 연구될 정도로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나우무용단은 2012~2013년 북구와 아시아 무대 장악을 목표로 핀란드 알포 알토코스키 무용단과 협약을 맺어 공동작품 제작에 나섰다. 과거 아일랜드, 아르헨티나 무용단과의 협연 경험을 토대로 수석무용수 김병화씨를 비롯해 오은경, 박세희, 조영란, 이효원, 박송이, 하아롱, 이진주 단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통의 창조적 계승과 동서양을 포괄하는 퓨전 창작이라는 두 개의 지향점을 갖고 있는 나우 작품의 안무는 안무가의 몫 만이 아니다. 스테프 회의가 중심이 되면서 무용수 개개인의 제안들이 모아지는, 브레인스토밍과 액션스토밍이 결합된 형태이다.
손 단장은 “무용수에게는 춤실력 뿐 만 아니라, 문화인류학, 문학, 연기학, 역사학 등 소양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면서 “반대로 시민들도 어떤 메시지를 몸으로 표현하다보면 상상력과 삶의 에너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용은 석달 준비해 사흘 공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못된다”면서 “민관이 무용의 참뜻을 헤아려 ▷예술분야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독립안무가에 대한 지원 ▷공공무용단 경쟁 선발 ▷민간기업 문화재단의 무용투자 확대 및 무용단 운영 등 조치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영훈 기자@hamcho3>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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