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7회> 열망을 품은 도전 20
진리가 무엇인가를 깨달으려는 제자들 앞에 부처님이 정좌한 자세로 앉아 계셨다. 그러기를 한 나절… 드디어 부처님이 꽃 한 송이를 치켜들었을 때 멀찌감치 물러나 앉아있던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바로 염화시중의 미소, 부처님의 마음이 곧 가섭존자의 마음으로 합치되는 순간, 이심전심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는 말이다. 꽃잎, 향기… 그 자체가 진리인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고 더 이상 무엇을 기다려야 할까.
이심전심, 강준호가 느닷없이 무릎을 꿇고 앉았을 때 신희영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바람결일망정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의 향기를 느끼면서 어찌 반응이 오지 않을까, 제 까짓 게… 신희영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그녀 역시 무릎을 꿇고 앉은 강준호만큼이나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강 프로님, 마음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세 번 쓰세요.”
“벌써 다섯 번이나 썼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미치겠어요. 내가 왜 이러지?”
“그럼 어떡해요… 이제 내가 드라이버 칠 차례예요. 잠시 후엔 세컨샷 하러 걸어 나가야 한다고요. 무슨 수를 써서든 그때까지 얌전하게 만들어 놔요.”
강준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차라리 프랑스 여인의 아름다운 나체를 눈앞에서 지워버리면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불안에 떨고 있으니 제대로 눈을 감고 있기도 만만치 않았다.
‘눈이 간신이지, 눈이 간신이야.’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이에 신희영이 드라이버 샷을 위한 에이밍을 하고 있었다. 미처 감기지도 않은 눈을 통해 그녀가 샷을 날리는 동작이 영사막에 펼쳐지는 활동사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탄력을 잃고 늘어진 엉덩이를 보는 순간 그는 문득 ‘인간이란 슬픈 존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뿐인가? 백스윙을 하기 위해 몸을 외로 꼬자 오른쪽 허리 언저리로 자동차 핸들과도 같은 군살이 밀려 올라가지 않는가. 아무리 숨기려고 애를 썼어도 군살은 적재적소에 숨어 있다가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던 것이다.
‘60년 넘게 묵은 여자가 예쁠 턱이 있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와중에 날카로운 금속성 타구음이 들려왔다. 드디어 신희영이 드라이버를 휘두른 모양이었다. 그런데… 차라리 보지 말 것을, 애당초 보지 말 것을… 공을 날리고 팔로잉을 하기 위해 왼쪽으로 몸을 돌린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거미발처럼 허약한 두 다리는 꽈배기 형상으로 교차되기 시작했고, 탄성을 잃은 젖가슴은 언뜻 왼쪽 어깨 옆으로 삐져나왔다가 출렁 제 자리로 돌아갔다. 공 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마음 깊은 곳까지 슬픔이 고여 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굿-샷!”
프랑스 인 부부는 그러나 목청을 높여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그들은 바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옷 한 장도 걸치지 않고 알몸으로 친 공은 신기하게도 바람을 뚫고 까마득히 날아갔다. 그러고 보니 티잉그라운드에는 잔잔하게 바람이 일고 있었다.
“강 프로님, 아직도?”
티샷을 마친 신희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지그시 사타구니를 누르고 있는 강준호의 태도가 심히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 잠시 전에만 해도 주체하기 어렵도록 용을 쓰던 지겟작대기가 어느새 평온을 되찾은 것이 아닌가.
‘어허, 눈이 충신이로군. 눈이 충신이야…’
잠시나마 식겁했던 강준호는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자고로 보이는 만물은 관음이요 들리는 소리마다 묘한 이치라고 했다. 보고 듣는 것밖에 다른 진리가 없다는 뜻이니… 어여쁜 여인의 나체를 보면 지겟작대기가 반응하고, 신희영의 나체를 보면 풀이 죽는 이치를 알 것 같기도 했다.
meelee@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