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여정 끝 참았던 눈물 쏟아내 1998년 US오픈 ‘맨발 투혼’ 유명 美무대 25승 한국인 최다승 보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던 필드를 떠나면서 골프여왕은 말했다. 꾹꾹 참았던 눈물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카리 웹(42·호주)의 품에 안기면서 터지고 말았다. 그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가슴 속에 많은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고 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레전드’ 박세리(38·사진)가 수많은 드라마와 역사를 썼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18년 여정을 마쳤다. 마지막 무대는 지난 1998년,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가슴벅차게 했던 그 대회, US여자오픈이었다. 올해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는 미국 무대를 먼저 마무리한 뒤 국내 대회서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박세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를 치고 컷탈락하며 미국 무대와 작별을 고했다. 박세리의 마지막 홀 그린에는 미국골프협회(USGA) 직원들이 도열해 경의를 표했다. 경기 후 동반 라운드를 펼친 최나연(29), 유소연(26) 등 ‘세리 키즈’이자 친한 후배들과 진한 포옹을 나눈 박세리는 웹의 인사를 받자 눈물샘이 터졌다. 박세리는 “웹은 나의 우상이기도 했고 좋은 친구였다. 웹의 인사를 받고 떠나게 돼 정말 의미가 크다”고 했다.
박세리는 한국 여자골프의 개척자였다. 대전 갈마중에 다니던 1992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라일 앤드 스콧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KLPGA 투어에서 14승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국내 무대를 평정한 박세리는 1998년 미국으로 진출, 첫해부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98년 5월 메이저 대회였던 LPGA 챔피언십을 제패했고 7월에는 US여자오픈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US여자오픈에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연장 승부서 양말을 벗고 하얀 발을 드러낸 채 워터해저드서 기막힌 샷을 날렸던 모습은 당시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박세리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미국에서도 25승을 거둬 한국인 최다승 기록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ESPN은 “한국에서 박세리는 미국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와 같은 존재였다”고 전했다. 박세리는 오는 8월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아 한국 골프 첫 금메달 조련사 역할을 하게 된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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