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5년여 전. 이구택 회장 시절에 고 박태준 명예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창업 멤버들 가족을 위한 자리가 만들어 졌다. 박 명예회장이 특별히 포스코에 요청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미 포항제철이 세워지고 40년이나 흐른 뒤라 대부분 옛 부하직원과 동료들은 일찌감치 세상을 뜬 상태였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자리를 지킨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전체 가족수도 20여 가구에 그치는 정도였다.
영일만의 폭염과 칼바람에 맞서 싸워가며 빈 터에 함께 벽돌 한장 한장을 같이 올렸던 옛 전우의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한 박 명예회장은 내내 참석자들에게 “내가 너무 고생만 시켰어... 그래서 다들 오래 못살고 간거야..."하며 말을 흐렸다.
특별히 그날 박 명예회장은 혼자 된 미망인 가족들을 각별히 따로 챙겼다. 인사하고 돌아가는 옛 포철 가족들에게 박 명예회장은 봉투 하나 씩을 소중히 건네 주었다.
그저 마음의 선물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받아들었던 미망인 가족들은 나중에 봉투를 열어 보고는 깜짝들 놀랐다. 상상을 초월한 거금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당시로는 아마도 서울 근교에 아담한 집 한 채 마련할 정도는 됨 직한 액수였다.
돈으로 보상할 수 없을 만큼 넘치게 고맙지만 이렇게 회사가 뒤늦게 보상할 수 밖에 없었음을 미안해 했기에 박 명예회장은 "나 때문에..."하며 눈물을 삼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박 명예회장을 떠올리고 미망인 가족들도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고 박 회장은 건강이 조금 회복되었던 지난 9월에도 포항에서 포스코 재직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당시 “눈부신 성장을 이룬 오늘의 대한민국은 여러분들의 피땀 흘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청춘을 바쳤던 그날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의 추억이 포스코의 역사 속에, 조국의 현대사 속에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의 뜨거운 눈물에 참석자들도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박 명예회장과 과거 그의 동료들은 영일만 허허벌판에 포항제철소를 건설했다. 건설에 실패하면 오른쪽으로 돌아 바다에 몸을 던지자는 ‘우향우 정신’으로 무장했기에 가능했다. 또 그렇게 밤낮없이 모진 고생을 함께 한 동료들이기에 더더욱 미안함과 회한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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