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은 일에 있어서는 호랑이로 불릴정도로, 사정없이 준엄하고 무섭도록 냉철했지만 일을 떠나선 더없이 자상하고 소탈한 인물이였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 고인에 대해 “청암은 군인의 ‘기(氣)’와 기업인의 ‘혼(魂)’을 가진 사람이다. 경영에 관한 한 불패의 명장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옥길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총장은 박 명예회장을 두고 “일을 위해 세상에 태어났고 일을 위해 세상을 사는, 착하고 부지런한 일꾼”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자기 일을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 열명을 꼽으라며 그 중 반드시 박태준 명예회장이 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일에 모든 것으로 바쳐, 오늘의 한국의 철강산업을 일궈 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창의력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창의력이 탁월한 사람은 기억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박 명예 회장은 예외였다. 엉뚱한 발상을 하는가 하면 깨알같은 숫자까지도 기억할 정도였다. 미시적인 시각 뿐아니라 21세기와 그 이후까지 보는 거시적 안목까지 가졌다.

이처럼 냉철한 두뇌와 일에는 지독할 정도로 엄한 그였지만, 일을 떠나서는 의리남으로 불린 정도로 부드러운 심성의 소유자였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였다. 역경이나 시련을 겪는 친구가 있으면 발벗고 나서 도와줬고, 선배에게는 예절바른 후배, 후배에게는 두터운 정으로 도움을 주는 선배로 기억된다.

김초혜 시인은 “그분은 엄하되 푸근하며, 강하되 따스하며, 곧되 부드러운 심성의 소유자이다. 기업인을 향해 내가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고자 하는 것은 처음이며,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


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