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후 북한 당국은 주민 5명 이상 특정 장소에 모이는 것을 금하고, 조문할 때 생화(生花)를 구하지 못한 주민에게 ‘성의 없다’고 지적하는 등 장례기간 중 주민 일상생활을 철저히 감시하고, 심리적으로 옥죄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통제속에 주민들은 밖에서는 침통한 표정을 짓다가 집에 와서야 웃고 떠드는 등 ‘표정관리’를 하고 있으며, 북한 소상공인들의 ‘노천시장’ 거래는 완전히 중단돼 김 위원장 사망 직전에 비해 쌀값이 40% 가량 폭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새터민들이 북한 현지 친지들과 연락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 사후 주민들의 움직임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한 탈북주민은 “조문할 때를 제외하곤 5명이상 모이지 말라고 했으며, 2,3명이 만나도 가급적 떠들고 다니지 말라는 등 언사를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9일 사망발표직후 동사무소에서 ‘추모 외엔 모이지 마라, 음주가무 금지, 웃음 보이지 마라, 유언비어를 금한다, 불필요한 외출 금지’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장은 “김정일 사망전 1㎏에 3700원 하던 쌀값이 김정일 사후 5200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도 닫혀 버리니 상인들이 쌀값을 마구 올렸다”고 말했다.
다른 새터민은 “북에 있는 친척에게 ‘주민들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TV에 나오더라’고 전했더니, ‘그것 다 선전선동부에서 하라는대로 한것인데, 그런게 남한 텔레비전에 나오더냐’고 되묻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요새 가장 신경쓰는 것은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웃고 다닐까봐 단속하는 일이며, 아저씨들은 밖에서 슬픈 표정을 짓다가 집에와서 술을 마시면서 사망 얘기도 하며 웃고 떠든다더라”고 전했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 대표는 “주민들의 동향을 파악할 목적으로 지역에 따라 하루에 1번 또는 2번씩 정해진 시간에 동사무소 추모행사에 참석토록 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닫혀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자 하는 수 없이 장사를 나가거나 물건사러 갔다가 단속반이 오면 달아나기도 하는데, 어떤 단속반원은 사정을 뻔히 아니까 묵인하기도 한다더라”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자는 “조문할 때 생화를 들고오지 않은 주민들에게 동사무소 직원이 ‘꽃도 없이 왔어?”라고 잔소리했으며, 생화를 안들고 갔다가는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수도 있다고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홍 위원장은 “현지 친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때와 비교하면 180도 다르다. 배급을 잘 받는 평양시민 중 일부는 슬플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의 죽음에 실제로는 슬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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