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상의와 함께 100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질문 가운데 이런 것이 있었다. “올 한 해 기업경영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예상대로 ‘글로벌 영업환경 악화’라는 응답이 36%로 가장 많았다. 같은 질문을 가까운 기업인들에게 던져봤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이 달랐다. 올해 치러질 두 차례의 ‘선거’라는 것이었다. 기업친화적 정부라던 현 정권에서조차 대-중기 동반성장 압박에 적합업종 선정 갈등, 기업 세무조사, 급기야 총수 구속까지 빚어졌으니, 총선과 대선에서 더 만신창이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최근 4월 총선 출마자들이 저마다 출판기념회를 갖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TV, 라디오 이곳저곳에 얼굴을 내밀며 우호적 이미지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고 늘 서민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임을 억지 설득하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막연한 애국심과 동정심만 자극할 뿐, 경제관이나 기업관에는 애써 말을 아낀다. 친(親)기업도 없고 반(反)기업도 없다. 대선 후보들도 잠행을 마치고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최근에 밝힌 많은 책과 연설 속에서도 경제나 시장, 기업을 이해하는 정책이나 소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서민만을 위한 정책들뿐이다. 재벌은, 기업은 여전히 개혁의 대상이다. 친기업을 외쳤던 여당 한나라당조차 비대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도 재벌개혁과 공정경쟁이다. 사실상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노-노 간의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협상제 도입, 대기업의 하청 중소기업 협의체 구성 및 납품비 협상권 부여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이 주류다. 이상적인 기업은 공익과 이윤추구가 양립하는 기업이라고 압박한다. “재벌이 국민 성원과 정부 보호 속에서 번 돈을 혼자 움켜쥐고 다른 국민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하고 협박성 멘트까지 나온다. 모두 기업을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톰 피터스는 자신이 초(超)베스트셀러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거명한 43개 기업 중 3분의 2가 5년도 채 걸리지 않아 고만고만한 회사로 내려앉았다고 실토한 바 있다. 5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바로 지금 시장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올해 모두 위기극복 도전경영에 매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당랑재후(螳螂在後)라는 말이 있다. 사마귀가 제 앞의 먹잇감 매미만 노려보다 자기 뒤의 참새를 못 본다는 얘기다. 당장 눈앞의 표심을 얻으려 기업을 닦달하고 기업인들을 무리하게 법정으로 몰아세운다면, 선거 뒤에 올 온갖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된다. 기업들도 이런 꼴을 당하지 않도록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또 강화해야겠지만 ‘정치는 늘 기업 위에 있다’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기업들은 늘 선거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제가 송년회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기업들 욕 많이 하지요. 저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니 좋은 기업도 있고 나쁜 기업도 있습디다. 그러나 대부분은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까지 기업들은 너무 많은 내상, 외상을 입었다. 건국 이래 기업, 재벌은 늘 개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없으면 국가도 없고 정치인도 없다. “친기업이라는 말은 원치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 말 믿다가 본전도 못 챙겼다. 친기업은 고사하고 제발 반기업만 안 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인 좋은 기업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