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의 반열에 오르는 대단한 성취를 이룩했지만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겨울 추위 만큼이나 썰렁하다. 올해가 더 어렵다는 전망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새해 벽두에 던진 경계령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경제호(號)의 2012년 전망은 어둡다. 60년 만에 흑룡이 찾아온 만큼, 그 반가움에 비례할 비상(飛翔)을 꿈꾸고 있지만 과연 날을 수 있을 지 아니면 날갯짓만 하다가 포기할 지 기로에 서 있다.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는 무역의존도가 100% 넘는, 외부악재에 구조적으로 취약한 현실에 기인한다. 유럽 등 글로벌재정위기의 지속, 미국의 더딘 경기 회복, 중국경제의 냉각 등 이미 노출된 외부 악재에다가 김정일 북한 위원장의 사망 등 북한리스크라는 추가 악재까지 생긴 현 시점에서 2012년은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총선ㆍ대선이 겹쳐 극심한 포퓰리즘이 예고돼 있다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마냥 위축될 수 만은 없다. 위기는 곧 기회다. 고난을 뚫고 취하는 열매는 더 달콤한 법이다.
임진년(壬辰年), 이같은 진리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곳이 재계다. 어느 때 보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서도 공격적 투자와 창조적 발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곳이 재계다.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를 통해 나온 재계의 이같은 배수진성 결의는 국민이나 정부에도 적잖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 원칙 상으론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이나 다른 기업 투자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고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판매량을 700만대로 늘리겠다며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고삐를 죄는 공격전략을 표방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결연한 각오로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그룹이나 대기업들도 역발상을 통한 글로벌기업화 기치를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신년사에서 엿보인 재계 총수들의 경영철학은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웅크려선 안된다. 오히려 도전과 창조를 통해 새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가 이렇듯 공격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재계가 위축되면 위축될 수록 경제의 두 축인 투자와 고용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렵지만 십시일반 투자의 불길을 살리고, 힘들지만 한사람이라도 더 고용하겠다고 합창한 것은 전 사회에 ‘긍정’을 전파할 수 있어 의미도 크다.
투자와 고용, 이것에 대한 성과는 당분간 지켜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사상 초유의 척박한 경영환경에 한방에 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생리다.
하지만 재계는 연초의 약속을 허언(虛言)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창조적 발상과 고도의 세련된 경영시나리오로 온갖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야 한다. 흑룡의 기운을 등에 업고 재계가 한 단계 더 비상하길 바란다.
<김영상 재계팀장> / ys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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