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으로 상대적 빈곤 해소
절제·도덕성 갖춘 시장 필요
올 선거 최대화두는 ‘복지’
생산적 복지로 방향 잡아야
이념보다 개성과 자유 중시
통찰과 소통의 리더십 갈구
윗세대 보다 주권의식 강해
상식적 기대 훼손 땐 분노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고갈 F세대(1966~1974년생) 여망은 올해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만들어질 ‘2013년체제’의 새 모습이다. F세대는 군부 축출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쟁취로 표현되는 ‘1987년체제’의 문을 26년 만에 닫는 주역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와 88만원 세대 사이에 낀 F세대가 과거 집단의 이름으로 억압당했던 다양한 개인적 가치들을 발전시켜 결국 개인과 집단, 권리와 책임, 다양성과 공동체를 화해시켜 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F세대가 과거-미래 가치를 이어줄 가교역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F세대가 주도할 새 체제는 베이비부머가 군부를 밀어내고 얻어낸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삶과 체험으로서의 민주주의’일 것”이라며 밀어붙이기가 아닌 조정자로서의 리더십을 선택하고, 소통과 참여를 통해 상생의 복지를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세대의 여망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는 교육제도 개혁, 보건서비스 강화, 경쟁지상주의의 완화, 생산적 복지의 확대, 탈이념, 상생의 사회적 분업, 승자독식구조의 철폐 등을 강조했다.
전문가 진단은 고성국 박사(정치평론가), 김휘영 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를 상대로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개별 인터뷰한 내용을 항목별로 재정리했다.
-2차 베이비붐세대라고도 불리는 F세대는 선배인 베이비부머에 비해 추진력은 약하지만 실용적이고 다원성의 힘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고성국=F세대의 청년기엔 ‘민주 대 독재’ ‘자본 대 사회’라는 거대 담론이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사회적 가치에 투신하기보단 내 행복을 추구한다는 주관이 뚜렷해지고 개성이 강해졌다. 사회의식은 약했지만, 성취욕이 강하다.
▶신율=2차붐 세대가 사회 초년병이던 1998년 IMF 구제금융 시기를 겪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베이비부머는 젊은 날 가장 중요했던 게 이념투쟁이고 민주화라는 추상적 가치였다. 하지만 2차붐 세대는 IMF를 겪으면서 이러한 추상적 가치에서 실용성으로 바뀌었다. 경제적 욕구 때문이다. 이들은 IMF 이후 안정을 찾는가 싶은 때에 다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겪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경제 위기로 희생자가 됐고 그로 인해 경제적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김휘영=사회주의 붕괴와 군사독재의 종식 때문에 선배들이 추종하던 사회주의 환상이 무너져 내리자 F세대가 청년기를 보낼 때 이념의 공백이 생겼다. 이념보다는 소비성향이나 개성과 자유 중시, 물질주의, 배금주의가 크게 번졌다.
▶신진욱= ‘실용’이라는 면에서는 재개발, 뉴타운 등에 더욱 관심을 보인 베이비부머가 2차붐 세대보다 강하다고 본다. 2차붐 세대는 386세대에 비해 얼핏 추진력이 약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2002년 노사모 열풍, 2004년 탄핵반대, 2008년 유모차 촛불시위를 주도한 세력으로 주권의식이 더 크다고 본다. IMF 이후 경쟁논리와 성과주의가 강화된 제도적 환경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기 어려운 방어적 위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마흔 나이에 2차 베이비붐세대가 젊은 층과 쉽게 연대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신율=베이비부머는 정치적 억압 시대를 경험하다 보니 정치적 표현을 하는 데 은밀한 성향을 보이지만 2차붐세대들은 굉장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만큼 정치의사 표현이 이전 세대보다 자유롭다.
▶신진욱=386을 포함한 베이비부머는 민주화 투쟁, 권위주의 현실 모두에 익숙하지만, 2차붐 세대는 투쟁엔 익숙하진 않지만 ‘민주주의’에 익숙하다. 그러므로 사회 현실에서 민주주의적 룰과 시민적 자유가 침해된다면 이는 ‘상식적 기대’가 훼손되는 것으로서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1990년대의 급격한 문화변동, 문화적 자유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쉽게 적응한다. SNS를 통한 정치네트워크 활용을 비상식에 대한 저항에 쓸 줄 아는 것이다.
▶김휘영=386세대는 3저호황 속에 취업부터 재테크까지 행운을 얻었지만, F세대는 사회 진출을 전후해 노동의 유연화, 비정규직 양산 등의 환경을 맞았다. 후배인 ‘88만원 세대’와 비슷한 아픔이 있다. 이들은 획일화나 일종의 틀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다원주의를 형성하는 밑바탕이 됐다.
▶신진욱=50대 이상의 연령층은 2차붐 세대에 대해 책임보다 권리주장이 앞선다. 조직보다 자기 이익을 챙긴다. 공동체보다 각자 개성으로 흩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성향들이 오히려 21세기의 역동적이고 탈중심화된 세계에선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과거에 책임, 조직, 집단의 이름으로 억압당했던 중요한 개인적ㆍ사회적 가치들을 발전시킨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개인과 집단, 권리와 책임, 다양성과 공동체를 화해시키는, 한 단계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고성국=그들보다 약간 선배인 나는 사회적 가치에 내 자신을 종속시켰다. 이에 비해 개성 있고 자기 성취욕에 강한 F세대의 행동들이 보기 좋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주류로 이끌게 될 한국은 지금보다 더 개성적이고 다원화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철없다” 규정할 수 없는 그들의 가치인 것이다.
-F세대가 요구하는 내용과 우리 사회가 이 시점에 바꿔가야 할 부분은.
▶신진욱=두 가지 측면을 언급하고 싶다. 첫째, 2차붐 세대는 ‘이념과 체제로서의 민주주의’뿐 아니라 ‘삶과 체험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대표자를 자기 손으로 뽑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일상적인 정치과정에서 주권자로서의 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를 반영해 정치적 소통과 참여를 더 확대해야 한다.
▶고성국= ‘자유로운 마흔’, 이 세대는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다. 권력을 별것 아니다고 생각한다. 매우 발전적이다. 다만, 집단적 대응과 해결보다는 개별화된 대응, 파편화된 해결방식을 선호한다. 개혁은 사회 주축이 될 그들이 가진 사회발전동력을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신율=올해 치러질 두 개의 선거에는 탈이념, 기성정치권에 대한 식상함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세대의 투쟁이 우리의 삶에 어떤 답을 주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아무런 답을 주지 못했다. F세대가 중심이 될 올해 선거에서는 정당이나 정치 체제가 중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적인 이슈는 복지가 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 선택적 복지의 구분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빈민구제 등을 의미하는 선택적 복지는 ‘복지’라 부르지 않는다. 여야가 거론하는 복지, 알고보면 비슷한 방향이다. 복지의 기본적인 두 가지는 큰 틀에서 교육과 의료다. 올해 선거에선 교육과 의료적인 측면에서 복지적 욕구가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 큰 변화의 필요성을 거론한다. 올해 두 개의 선거를 통해 어떤 화두가 중심이 돼야 하나.
▶김휘영=선거의 최고 화두는 복지일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경제도 세계 10위권으로 그 규모가 상당히 성장했다. 각종 부작용으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요구와 분노가 존재한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정당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후 재정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다.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예산은 국민의 행복감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한다. 무엇보다 성적에 압박받는 현행 입시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복지의 방향은 ‘생산적’인 것이어야 한다.
▶신진욱=2차붐 세대는 1987년 이후 20대를 맞이했기 때문에 형식적 민주주의 이상을 요구하는 ‘포스트-87세대’다. 또한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 진출을 해 극심한 경쟁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트-97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형식적 민주화 이상의 사회적 정의와 복지를 열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열망을 반영하는 경제정책, 사회정책이 요구된다.
▶고성국=1980년대부터 시작된 무한경쟁으로는 인간이 행복하기 어렵다. 경쟁보다는 나눔과 베풂과 상생이어야 행복해질수 있다. 절제하는 시장,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는 시장은 2040의 주된 가치체계로 정립되고 있다. 기업도 구태의연하게 무한 경쟁만을 강조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재벌들이 중소, 영세상공인들의 영역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흔드는 것, 하청 재하청의 고리는 당장 고쳐야 한다.
<김재현·이태형·박수진·박병국 기자> /madp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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