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철도 독점 이제는 끝내자] 上 - 경쟁체제 도입 논의 왜?
내달중 민간참여 기준 마련
정부, 민영화 발빠른 행보
코레일·시민단체 등 거센반발
요금인상 등 부작용 우려도
공익·안정성 확보 최대 관건
1899년 경인선 개통 이래 113년간 지속된 철도 독점(獨占) 체제가 일대 변혁의 기로에 섰다.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업무보고에서 고속철도(KTX)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정부는 수서∼경기 평택을 잇는 수도권 고속철도를 건설한 뒤,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 노선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서발 KTX 경부(수서∼부산)ㆍ호남선(수서∼목포)을 2015년 초부터 운영할 예정인데, 이 운영권을 민간에 넘겨 코레일과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당장 경쟁 체제로 편입될 코레일과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 시점이 철도 운영을 경쟁 체제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중 민간기업의 철도 운영 참여를 위한 세부 기준을 정해 공모한 뒤 약 2~3개월의 제안서 접수 기간을 거쳐 평가위원회를 연 후 상반기 중 운영업체 확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와 코레일 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두 번의 대형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철도 운영 경쟁 체제의 도입 배경과 유사 해외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철도 운영 경쟁 체제 도입 왜 나왔나=정부가 추진하는 경쟁 체제의 도입 명분은 철도 서비스의 개선과 요금인하 등 국민편익의 증진으로 압축된다. 113년간 코레일이 철도 운영권을 독점 운영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비효율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철도 건설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년 코레일의 영업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인 경영 때문이라는 것. 코레일은 2009년 6861억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5287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5800만원으로, 타 공기업들의 인건비 절감 노력과 역행해 왔다. 더구나 정부는 국가 물류비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도 감축시키기 위해 2020년까지 88조원을 들여 철도망을 대폭 확충할 계획인데, 코레일이 철도 운영을 독점하는 지금 체제로는 코레일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한 재정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독점 폐해가 만연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코레일에 더 이상 신규 사업을 맡기기는 무리”라고 잘라말했다.
이와 함께 정권 말기에 갑작스럽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뤄져 오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정부는 철도 구조개혁을 위한 ‘상ㆍ하 분리원칙’을 도입해, 철도는 정부가 건설하고 운영은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 결과, 이미 현재도 법적으로는 철도운영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철도 운영권의 민간 개방은 추가적으로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부여하는 행정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항공시장에 아시아나항공이 출연해 항공산업이 발전을 이루었다”며 “민간이 공기업을 자극하면서 경쟁을 유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부분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경영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 인하, 안정성 확보 가능할까=코레일 등 철도의 민간 운영 개방에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요금 인상과 안정성으로 요약된다. 코레일 측은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는 민간기업이 들어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며, 더불어 벽지ㆍ산간 노선 등 비수익 노선의 폐지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민영화된 영국에서 장거리 철도 운임이 크게 오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또 명령체계의 혼선으로 사고 위험이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적자 노선의 폐지시 최소보조금입찰제를 통해 공익노선을 운영하게 될 예정이며, 요금 또한 철도운임을 법률 등으로 규제하게 돼 무분별한 요금 인상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요금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민간기업이 운영권을 따낼 경우 KTX 요금이 20%가량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안전 문제 또한 민간이 운영한다고 불안전하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수익을 추구하는 코레일이 안전업무를 담당해 안전에 더 취약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하헌구 인하대 아태물류학 교수는 “요금 인상 우려가 있지만 정부가 상한선을 둬 요금 규제에 나서면 일정액 이상으로 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코레일의 인건비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황인데, 민간과 경쟁에 나설 경우 이런 원가를 절감해야만 경쟁이 가능해져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ㆍ백웅기 기자@sunheraldbiz>su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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