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이 임기말로 치닫고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정치과잉에 따른 말의 성찬이 점입가경이다. 자연히 유행어의 물량도 많아지면서 유행어 생산지 중 정치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진다. 2007~2012년 최고 유행어가 현정권 최고권력자를 뜻하는 ‘쥐바기’, 권력자를 포함해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을 시민들이 간파한 ‘꼼수’일 정도다.
물량면에서는 인터넷 유행어가 많겠지만, 파괴력은 정치권 또는 그를 풍자한 시민들의 오프라인 제조품이 훨씬 컸다.
‘놀랍다,황당하다’는 긍정 부정의 뜻을 동시에 가진 ‘쩔다’는 2005년 무렵 초중고교생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던 신조어로 지금은 40대까지로 사용층이 확대됐다. 1040 공통언어가 된 것이다. 초기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널리 퍼지면서 긍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인터넷 유행어로는 2007년 “우왕 굳”, 킹왕짱, ‘여신(女神)’, 2008년엔 꿀벅지, 오글(닭살 돋을 정도의 상황), 뭥미(뭐냐), 품절남, 잉여(쓰레기), ‘하악하악’이, 2009년에는 ‘시망(육두문자 시X+망했다)’, ‘병맛(병X같은 맛)’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인터넷이라는 제조공장에 뒤질새라 TV는 ‘~할 뿐이고’, “우후훗”, ‘루저’, ‘소는 누가 키우나’(이상 코메디 또는 예능 프로그램), ‘님 쫌 짱인듯’, ‘올레’(이상 CF), ‘빵꾸똥꾸’, ‘엣지’(이상 드라마) 등을 쏟아냈다. 2009년 시작된 케이블방송의 슈퍼스타K는 “제 점수는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지상파의 시청률을 압도하는 기염을 토했다. 꿀벅지와 하의실종은 TV 연예프로그램을 보고 네티즌들이 붙이거나 확산시킨 유행어이다.
2010년 이후 인터넷상에는 ‘레알’(진짜), 종결자, 돋네, 찰지구나, 甲, 짜웅, ASKY(안생겨요), 멘탈붕괴 등의 신조어가 조촐하게 생산되는 동안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시리즈는 큰 인기를 모았다. 까도녀(까칠한 도시여자), 따촌남(따뜻한 시골남자) 등 조어가 적당한 배합을 통해 따도녀, 차도녀, 차촌남, 까촌녀 등으로 확대재생산되기도 했다. 친구의 엄마를 비하적으로 표현하는 ‘너검마’는 조선시대 남존여비의 상징인 ‘니기미’와 같은 뜻으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될 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의 계절 답게 정치인들의 ‘말 픽사리’는 가장 뜨겁게 온나라를 달구면서 ‘생각하는 유행어’가 됐다. 2010년 연평도 피폭현장을 방문했던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대표는 그을린 보온병을 집어들고는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했다가 개망신을 당했다. 당시 청와대 수장과 참모중에 군필자가 거의 없다는 지적과 맞물려 웃음은 분노로 변하기도 했다.
안상수 대표는 그 무렵 “연예인 1명에게 들어가는 성형 비용만 1년에 2억~3억원 정도라고 한다. 성형을 너무 많이 하면 좋아하지 않는다.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많이 찾는다”는 발언을 했다가 국민분노유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여성계의 분노를 낳은 ‘자연산’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이 사용되면서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의 헛발질을 국민의 뇌리에 심는 계기가 됐다.
법륜의 청춘멘토링, 안철수의 청춘콘서트, 나꼼수 콘서트,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등 ‘콘서트’ 열풍이 불면서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자금을 모으는 출판기념회를 ‘북 콘서트’로 지칭하는 어처구니 없는 편승현상도 고개를 들었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율이 25.7%를 기록해 개표자체가 무산됐을때 무상급식에 반대하던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의 홍준표 대표가 “사실상 승리”라고 말했던 것도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네티즌들은 “골프 파4 홀에서 티샷만 하면 사실상 알바트로스(규정타수보다 3타 적게 홀인하면서 단번에 3언더파를 기록하는 것)” 등으로 패러디 물결을 이뤘다.
나가수를 패러디해 팀이름을 지은 ‘나꼼수’가 권력과의 대결을 설파하면서 내뱉은 “쫄지마”와 대선주자가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때 붙여진 ‘야근해(박근혜)’ , ‘문제일(문재인)’ 등 별명도 한동안 시민들에게 회자되면서, 각기 자기 이름으로 유사한 방법으로 별명을 지어보는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이런 주옥같은 유행어가 양상되는 가운데, 일대 파문을 일으킨 것이 2011년 세밑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지사가 일선 소방서에 119 번호로 화재신고는 하지 않은채 던진 “나 도지산데요”였다. “도지사면 일반전화로 하시지 왜 긴급전화로 하셨어요”라는 소방관의 대답은 네티즌의 큰 호응을 얻었다. “관등성명을 대라”던 김문수 지사의 호통때문에, 관등성명 대라고 요구하거나 관등성명을 대는 놀이가 시민들사이에 한때 유행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2012년 한나라당의 새로운 당명 ‘새누리당’을 놓고 ‘새로누리겠당’ ‘새무리당’ 등 패러디가 봇물을 이뤄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유행어가 된 새 당명이 지지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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