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선결조건 모두 수용 유로존 사실상 합의 도달 20일 정례회의서 마무리

에스크로 계좌 신설 등 재정긴축 감독방안도 강화

메르켈 “디폴트 절대안돼” 쇼이블레 “밑빠진독 물붓기” 독일 정치권은 여론 양분

그리스가 유로그룹(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이 요구한 추가 긴축안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여부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리스가 유로존의 마지막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면서, 20일 유로존 재무장관 정례회의에서 예정대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이번 구제금융 지원안에는 그리스 정부의 재정긴축 노력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방안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감독할 특별 계좌 신설=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16일(현지시간) 유로그룹이 요구해 온 추가 재정지출 감축안에 합의했다.

또 유로존 재무장관의 요구대로 연립정부를 구성한 양대 정당으로부터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과 개혁정책을 추진한다는 보증과 올해 재정에서 3억2500만유로를 추가 긴축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해 전화회의 전까지 유로그룹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유로그룹이 2차 구제금융 지원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마지막 세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시켰다.

유로존 관계자는 “그리스 구제 금융에 대해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20일 정례회의에서 구제금융 승인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제금융 지원안에는 그리스의 재정긴축 이행 여부를 엄격하게 감독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7일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별도의 ‘에스크로 계좌(특정금전신탁)’가 신설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 방안은 그리스에 구제기금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크로 계좌와 같은 특별 계좌에 예치해두고, 긴축이행 여부에 따라 자금을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방안으로 유로그룹도 지지를 표명해, 20일 정례회의에서 구체적인 세부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독일, 그리스 지원 두고 양분=독일이 그리스에 대한 긴축 이행 압박수위를 높인 가운데 그리스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독일 정치권에서는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FT는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정반대 입장에서 맞서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는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그리스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연일 ‘그리스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서 “그리스의 모든 정당이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리스 정치권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독일 내부에서도 ‘그리스에 대한 인내심이 다했다’며 그리스 포기론이 우세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그리스를 몰아부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그리스 정책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