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7회> 바람 부는 길 5
오래 전 중국 황실의 언저리에는 999간에 이르는 궁녀들의 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 방마다 꽃다운 궁녀들이 득실대고 있었으므로 근처에만 가도 분 냄새, 사향 냄새가 코를 찔렀을 것이다. 게다가 장차 황제를 모셔야 할 몸이니 순정 처녀임에는 분명했을 것이고 그 미모 또한 출중했겠지. 구멍 뚫은 돌기둥에 젖가슴을 집어넣어 크기와 높이를 가늠한 후에야 궁녀로 뽑았다 하니 젖가슴 하나만 보더라도 색깔, 크기, 탄력, 모양새에 이르기까지 그 아름다움이 완벽에 가까웠을 것이다.
“오늘 밤엔 저 아이가 좋겠구나.”
황제의 이 말 한 마디면 내관을 비롯한 수많은 궁인들은 엄청 바빠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에 사향을 풀어 그 아이의 몸을 닦고, 분을 갈아 얼굴에 바르고, 동백기름을 발라 머리카락을 다듬고, 더운물에 적신 솜으로 몸을 감싼 채 모시로 친친 감아 피부 보습을 하고, 엿물로 피부각질을 녹이고 솜털을 제거하고… 그 눈부신 몸을 홀랑 벗겨 아흔 아홉자 비단에 둘둘 말아 황제의 침소로 모셨을 것이다.
‘아흐! 네가 좋겠구나, 오늘 밤엔 네가 좋겠어!’
빙판에서 기어가 돌지 않게 제동 거는 연습을 하는 동안 전진후는 내내 이렇게 중얼대고 있었다. 딴에는 황제놀이를 하는 중이었지만 사실은 망상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옆 자리에 젖가슴이 수박만이나 한 미녀 코-드라이버가 앉아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는 명나라의 황제가 된 것인 양 착각에 빠져있는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코-드라이버 김지선의 모습을 승은을 입기 직전의 궁녀쯤으로 여길 수 있단 말인가. 승은이란 궁녀가 임금에게서 총애를 받아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를 테면 그는… 오늘 밤, 김지선과 침대위에서 뒹굴고 싶었다는 말이다.
“아까부터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비 맞은 중처럼.”
“비 맞은 중이라니! 그런 실례의 말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요? 거성그룹의 오너께서도 알아주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어머, 그래요? 그렇게 대단한 분이세요?”
“그러게 말이외다. 내 실력을 거성의 오너께서 확실히 꿰뚫어 보셨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호크아이팀의 코-드라이버에서 대번에 그레이스팀의 드라이버로 스카우트되었지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신나는 건 말입니다… 으히히, 내 직속 쫄병인 당신이 엄청 예쁘다는 겁니다. 그것도 쭉쭉빵빵, 레이싱 모델 출신이라면서요? 그러니 벌써부터 내 오금이 저려온다 이 말입니다!”
한쪽에서 에어 뮬 개발을 위한 엄청난 비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진후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떠있는 중이었다. 하긴 스카우트 제의자인 거성그룹의 재벌2세가 직접 악수를 청하며 ‘장차 우리 팀을 빛내줄 선수’라고 추켜세웠으니 뜬금없이 꾸며낸 말은 아니었다. 거성 그레이스팀의 드라이버 권도일이 빠지고 그 자리에 전진후가 채워진 셈이니까, 김지선은 그를 도와야 하는 코-드라이버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김지선… 그녀가 어떤 사람인가.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2류 레이싱 모델에 불과했을지 몰라도 이번 랠리를 통해 스타로 급부상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그런 여자였다.
‘이거 왜 이래? 모나코 타임, 주르날 드 디망세, 데일리 메일, 타임, 퓌블리크… 이런 신문이나 잡지 인터뷰에 응해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이래 봬도 난 영국, 프랑스 등등의 선진 언론에 먹히던 사람이라고.’
남대문에 문지방이 있는지 없는지는 촌놈이 더 잘 아는 법, 어쩌다가 모나코 타임 지에 사진 한 장이 게재되었을 뿐이지만, 그 사진 한 장만으로도 그녀가 기고만장하기에는 너무 충분했다. 그렇게 콧대가 높아진 김지선에게 엊그제까지 호크아이팀의 코-드라이버 노릇이나 하고 몬테카를로 랠리에서도 꼴찌로 결승선을 밟은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직속 쫄병인 내가 엄청 예뻐? 직속 쫄병이 예뻐서 오금이 저려?
“그럼 오늘 밤에 저려오는 오금을 마사지라도 해드릴까요?”
마침 얼음판에 진입한 순간, 김지선의 당돌한 말에 식겁한 전진후가 얼떨결에 브레이크를 밟자 1974년 산 치타는 중심을 잃고 뱅글뱅글 얼음판 위를 돌기 시작했다.
meelee@heraldcorp.com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3.2391f1fe070840f39f8da5e471902ef7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