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내수시장 공략, 해외 M&A 보다 적극 나서야
동일본 대지진 발생 1년. 지진과 쓰나미, 전력난이 동시에 덥치면서 2010년 4.4%였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0.9%로 곤두박질쳤다. 무역수지도 1980년 제2차 오일쇼크 이후 31년 만에 적자(2조4927억엔)로 돌아섰다. 국가채무는 998조엔으로 2009년(883조엔) 대비 100조엔 이상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11.7%으로 선진 7개국(G7)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문제도 심각하다. 지난달 10일 현재 일본 내 전체 54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2기만이 가동 중이다.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510개 기업이 도산했으며, 산업시설 및 도시인프라 파괴와 방사성물질 유출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25조엔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복구 과정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도 일본인을 실망시켰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사장은 최근 피해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정치와 행정이 완전히 정체됐다. 국민이 기대하는 대로 되는 것이 없다”면서 “잘못하면 3년 안에 일본이 파산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일본의 저력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 제조업체들은 1년 만에 80% 이상 복구가 이뤄졌다. 3∼5년은 걸릴 것이라던 전망이었으나, 직접피해를 입은 91개 생산거점은 93%, 간접피해 137개 생산거점도 83%가 재해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
최근 들어선 엔ㆍ달러 환율도 빠르게 회복되면서 기업들은 ‘엔고압박’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쯤 재해에서 복구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품소재의 자국내 조달 기조에서 벗어나 해외 공급망까지 갖추면 산업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1년간 부품 공급망 복선화,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는 중이다. 지난 해 외국기업 인수합병은 사상 최고치인 609건에 5조엔에 달했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의 기업 인수합병(M&A)을 늘리고 있다. 인수합병 대상 중 조달 편의성이 높은 아시아지역 비중은 43%에 이른다. 해외 직접투자 규모도 2010년 10조4000억엔에서 16조4000억엔으로 급증했다.
도시인프라 복구, 전력난 극복 등 재난수습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체계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은 오일쇼크 때 에너지 절감형 자동차와 가전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으며, 원전 가동이 중단되자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진극복 과정의 경험을 살린 에너지ㆍ수송ㆍ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일본 대지진 사태로 적지않은 반사이익을 얻은 게 사실이다. 부품소재 등 국내 기업의 대일본 수출은 지난해 40.9% 늘었다. 무역적자 규모는 2010년 363억달러에서 280억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부품소재 관련 기업들의 대 한국 투자건수는 9건, 2조원에 불과했다. 각 지자체마다 열도 탈출 기업을 유치한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실적은 초라했다. 내수시장 공략 역시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현대차가 버스 트럭에 이어 승용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신제품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철옹성 일본은 아직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우리 기업들이 제법 반사이익을 얻긴 했지만 영구적이진 않다”며 “연구개발 투자, 품질개선 등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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