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유로 규모 채권매입 늦춰

일부 전문가들 “시기상조” 지적도

유럽 재정위기 진화에 주력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잦아든 2010년 초 출구전략을 실행하다가 그리스 재정위기를 키운 전례가 있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ECB가 애초 제시했던 유럽 채권 매입계획을 축소하면서 유로존 지원 체계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 위기가 정점일 때 세웠던 4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집행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완료를 목표로 했던 이 프로그램의 집행 규모는 현재 90억유로가 채 안 된다. 이에 대해 그리스 사태 진정 이후 ECB가 출구전략으로 서서히 선회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유럽 은행들에 1조유로가 넘는 돈을 1%의 저리로 장기 대출해줬다. 유럽 은행의 유동성 공급위기는 일단 해소됐으나 물가상승률이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ECB가 그동안의 비상상황에서 벗어나 물가관리에 주력하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22일 유로존 채무위기와 관련해 “아직 위험 요소는 남아 있으나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밝혔고 전날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유로존 위기가 진정됐다”고 평가하면서 출구전략에 좀 더 힘이 쏠리는 모양이다.

FT에 따르면 ECB 이사회도 자세한 내용이나 시행 시기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출구전략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ECB는 출구전략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3월 유럽의 제조업ㆍ서비스업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8.7로, 전문가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또 스페인이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위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