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함영훈 선임기자] 4.11 총선이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여당은 174석이다가 152석으로 22석 줄고, 민주당은 89석이었다가 127석으로 38석 늘었으며,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 역시 7석에서 13석으로 늘었는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따른 여권 비판 기류와 변화를 바라는 국민여망 등 작금의 정치환경에 비춰보면, 분명한 야권의 패배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내부 정적인 이명박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아 ‘이명박근혜’라는 별칭이 널리 회자됐음에도 야당연대 두 당 의석을 합쳐서도 제1 정치세력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야권이 하늘이 준 호기를 저버릴 정도로 패착이 많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안철수 바람’, ‘문재인 돌풍’이 거세게 불면서 의회 권력의 교체, 나아가 대선을 통한 정권의 교체 가능성이 꽤 있는 것으로 거론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입법,행정부 권력을 쥔 뒤에는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겠다는 플랜이 국민속에 각인되어야 했다.
물론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MB정부 심판 등을 내용으로 하는 7대 비전과 33대 정책 및 250개 실천과제를 발표하긴 했다. 이를테면 5년간 일자리 330만개 창출, 실근로시간 연간 2000시간 이하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부자증세 등 조세개혁 등이다.
주요정책과제로는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민생경제 회복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 △무상보육·무상급식-사실상의 무상의료 실현 △반값등록금 실현 △경제민주화의 실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없는 노동시장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 △평화와 공영의 한반도 시대 개막 △검찰개혁·정치개혁·언론개혁 등이다.
그러나 감동이 없다. 그간 숱한 ‘표(票)퓰리즘’에 당했던 국민들이 공약 자체를 믿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공약은 진정성과 시의성, 강조점, 감동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내용면에서는 뚜렷한 강조점이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의 최대걱정인 교육문제와 3세 세습을 감행한 북한의 내부단속기간에 대응할 통일안보분야가 빠졌다. 북한의 로켓발사, 핵실험 등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표 결집을 야기한 요인임에도 그들의 통미봉남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당내 일각에서 안보 통일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주문했음에도 지도부에서 후순위로 미뤘다는 소문도 들린다.
야권은 경제민주화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민주당은 출총제 부활이라는 진부한 얘기에 그치고 심지어 경제개혁전문가를 도태시킴으로서 전통적 지지층의 외면까지 받았다.
비전을 국민과 소통하려는 ‘화법’ 면에서는 지금까지 뭐가 어떻게 잘못됐고, 국민 여망을 조사해보니 이렇기에, 이것부터 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나열형이었다.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교육, 저출산고령화, 대북정책, FTA보완책 등 나름 구색을 갖추면서 긴 얘기를 하지 않았다. 재원마련, 추진대책 등 긴 얘기할 자신이 없기는 양당 모두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은 그 대신 “변화”를 얘기하면서 비대위를 꾸려, 일견 자중지란처럼 보이는 상황까지 연출해가며 개혁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미래”를 얘기했다.
이에 비해 그럴듯한 수권정당으로서의 ‘구색’도 갖추지 못한 야권은 과거만을 강조했고, 공천파동, 막말파문 등 ‘잔 펀치’ 몇 방 조차 막아내지 못하는 무능함을 노출하고 말았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현 정권의 잘잘못을 따져보는 심판과 평가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얘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유권자들은 미래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낙후지역인 강원, 충북에서 지역개발 약속이 먹혀들었고, 전국적으로는 누가 미래를 향해 개혁하려는 의지가 보이느냐가 어느정도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만 등을 기대고 있던 사람이 과거심판의 위력이 약해지면 자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는 과거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거악이나, 지금 사소한 반칙을 범한 소악이나 똑같이, 상대하고 싶지 않은 ‘폐악’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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