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다음달 단말기 자급제(블랙 리스트)가 도입되도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 감소는 물론 요금 인하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정부 용역 보고서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해 하반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한 ‘단말기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파급 효과’를 다룬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이통사들이 기존 단말기와 서비스가 결합된 판매 방식과 보조금 지급 관행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요금 경쟁은 물론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 규모 역시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고가 단말기를 선호하는 이용자에 대해 통신사들은 자사가 유통하는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유지해 대체 유통망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실제로 비싼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의 경우 주파수 대역 문제로 유심 호환이 안 돼 자급제에 따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의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져 수익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네트워크 투자가 지연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기존 유통망을 통한 결합판매와 약정할인제도의 도입 등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결국 자급제로 이통사의 단말기 통제력이 약화될 수는 있지만 이통사의 자율적인 요금 인하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보다 앞서 자급제를 도입한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도 자급제의 영향은 주로 저가 단말기로 한정돼 있어 전반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이동통신사가 단말 소매 채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유통채널이 약 7000개의 이통사 브랜드 소매점으로 구성돼 있다. 단말기의 약 45~50%가 이통사의 직영 대리점ㆍ판매점에서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평균적으로 전체 단말기 판매량의 약 40% 정도가 이통사의 직영 소매점을 통해 판매되는 서유럽의 경우 역시 고가 단말기는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팔리고 있다.
영국의 오픈마켓인 카폰 웨어하우스 UK(Carphone Warehouse UK)가 팔고 있는 총 156개의 단말기 중에서(지난해 7월7일 기준) 스마트폰은 58종, 태블릿PC는 19종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점을 기준으로 총 611종의 단말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베스트바이(Best Buy)가 팔고 있는 스마트폰은 143종 정도이며 115종의 무약정 단말 중에서도 선불카드와 저가폰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은 13종에 불과하며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가 팔고 있는 스마트폰 역시 35종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KISDI 관계자는 “자급제가 도입되도 통신사는 자사 유통망을 통해 고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과 후불형 약정할인을 통해 국내 대규모 후불제 시장에서 가입자를 유지하고 확보하는 데 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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