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지원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스페인이 유로존 위기의 새로운 암초로 떠오른 가운데, 위기를 잠재울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이 세계 경제 리스크의 중심에 있다”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실업문제와 저성장, 고유가 등이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ㆍ세계은행(WB) 춘계총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에 여전히 장애물이 많은 상태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IMF는 이번 총회에서 유로존 위기의 전이를 막는 ‘방화벽’을 강화하기 위해 재원 4000억달러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초 밝힌 6000억달러보다 줄어든 목표치다. 이날까지 확보된 재원은 유럽연합(EU) 2000억달러, 일본 600억달러 등을 포함해 320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 등 신흥국들도 구체적인 액수를 곧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이른바 브릭스 국가들은 아직 얼마나 내놓을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연말 대선을 앞둔 미국은 일찌감치 거부의사를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재원 확충에 참여하겠다는 언질을 준 브릭스를 상대로 힘겨운 설득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물밑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이 독점한 세계 경제 패권에 신흥국이 맞서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브릭스 국가들은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IMF의 투표권을 더 많이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IMF 지분율은 미국이 17.43%로 가장 많고,브릭스 국가의 합계는 14.17%다. IMF 투표권 문제는 아직까지 미국의 비준을 받지 못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브릭스는 전 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고, 세계 경제 규모의 25%를 도맡고 있다. 시장의 영향력에 걸맞는 지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경제난을 불러온 미국과 유럽에서 성장을 이끈 신흥국들 중심으로 변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 시장이 재편되는 만큼 선진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판을 이제는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등에 “세계 최고 경제대국에 걸맞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점점 거세지는 신흥국의 요구와 미국과 유럽 등 패권국가들의 이기주의 속에서 라가르드 총재가 어떤 묘수로 세계 경제위기에서 소방수 역할을 다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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