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포츠가 그렇지만 골프는 날씨에 민감한 운동 중 하나다. 바람의 방향이나 비의 세기에 따라 코스 상태와 클럽 선택, 선수의 컨디션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들이야 날씨가 궂으면 라운드를 취소하면 그만이지만, 골프를 직업으로 하며 투어를 하는 선수들은 악천후를 피할 수가 없다.

지난 3월 LPGA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도넬리 파운더스컵은 4라운드 때 우박과 번개로 하루에 3차례나 경기가 중단됐다.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를 오가며 컨디션을 잃지 않기 위해 스트레칭을 계속하며 고군분투해야 했다. 끝까지 누가 잘 버티느냐를 측정하는 체력싸움과도 같았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만큼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이 없다. 제주도는 수도권에 비해 골프장 임대료가 저렴하고 아름다운 지역적 특성이 있어 작년에만도 5개가 넘는 프로대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이곳은 날씨에 따라 대회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성적의 변수는 언제나 날씨다. 바람과 안개로 인해 대회가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작년 SK텔레콤 오픈은 대회 4라운드 때 오후가 되어도 안개가 걷히지 않아 아쉽게 마지막 라운드가 취소되고 말았다. ADT 캡스 챔피언십은 1라운드와 3라운드가 취소되며 선수들은 월요일까지 경기를 치러야 했다.

지난주에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LPGA 챔피언십도 선수들이 바람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야자수가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을 많은 골프팬들이 TV를 통해 보았을 것이다. 선수들은 비보다도 바람 속에 경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바람이 불면 클럽 선택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 소모는 커진다.

사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골프 치기 좋은 날씨는 별로 없다. 날씨가 더우면 땀을 많이 흘려 지치고, 추우면 추운 대로 손이 곱아 거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을 맞고 돌아오면 몸에 열이 나고, 비에 젖으면 감기에 걸릴까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피곤에 지친 몸으로 선수들은 밤 9시면 잠을 청한다. 다음날 경기를 하기 위해 최대한 몸을 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세계적으로 골프 투어가 시작되고 선수들도 본격적으로 시즌에 돌입했다. 겨울 동안 비축한 체력은 좋지 않은 날씨 속에 힘을 발휘한다. 날씨를 통제할 수는 없으니, 날씨에 최대한 적응하고 버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도 프로가 할 일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날씨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선수들은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멘털적인 측면에서 많이 준비하고 어려운 상황을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수들이 흘리는 눈물과 땀이 아름답게 열매 맺기를 바란다.

<KL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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