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자유학기제 맞아 집중 프로그램 내놔…불안한 학부모들 몰려

-자유학기제, 특목고 입시 준비기간으로 이용되기도 해 효용성 논란

-당국, 자유학기제 대비 단속에 나섰지만, 입시 실적 광고 적발에 그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송파구에서 중학생 딸을 키우는 서모(41ㆍ여)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중학생 딸이 자유학기제를 앞두고 있는데, 주위에서 아직도 학원에 보내지 않았느냐고 물어오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를 맞아 영어회화부터 고등학교 수학 전문 학원을 등록했다는 얘기까지 듣자 서 씨도 마음이 조급한 상태다. 그는 “학교에서는 쉬면서 아이들의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이라 했는데, 학원에 집중하는 학기로 쓰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서 씨처럼 자유학기제를 맞았지만, 오히려 자식 교육 걱정에 더 바빠진 학부모들이 많다. 중학교 1, 2학년생들이 내신 시험의 압박에서 벗어나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도록 추진된 자유학기제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애초 우려했던 것처럼 자유학기제를 맞아 사교육 시장은 과열됐다. 당국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원가는 자유학기제 대비 집중반을 만들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원가는 자유학기제 대비 집중반을 만들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원가는 지난 1학기부터 시작된 자유학기제에 맞춰 각종 집중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대비법 설명회’를 대규모로 여는 입시학원도 생겼다. 설명회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맞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처질 수도 있다고 겁을 주기도 한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마치 이 시기를 마구 놀아도 되는 시기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당장 다음 학기부터 다시 내신 상대평가에 내몰리는 학생들은 편하게 있을 수가 없다”며 “학부모들 역시 갑작스레 맞은 자유학기제에 대한 걱정이 커 관련 상담은 학원 내에서 필수가 된 상태”라고 했다.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 김제 금구중 학생들이 반지 등 금속 공예 수업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 김제 금구중 학생들이 반지 등 금속 공예 수업을 받고 있다.

이미 학원가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여기고 있다. 특목고 입시에 필요한 영어 실력을 기르려고 영어 학원에 온종일 있는 학생들도 많다. 한 영어전문학원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특목고 대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독해와 문법, 원어민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토론과 발표수업 등 특목고 입시에 맞춘 집중 교육에 학부모들 호응이 좋다”고 했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달리 사교육 시장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교육 당국은 단속에 나섰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정착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원 등 지도 특별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유학기제를 이용한 마케팅, 선행학습 유발 광고, 진학 성과 홍보, 교습비 초과 징수, 오후 10시 이후 심야교습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세부 계획도 발표했다.

당국은 분기마다 편법 운용 사례를 적발해 두번 이상 적발된 학원은 최대 등록 말소까지 고려하고, 등록 말소 위기에 몰린 학원이 자진해 폐원하고 나서 같은 장소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학원을 설립하는 경우가 없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단속 실적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부터 자유학기제 대비 합동 점검에 나서 우선 점검대상 학원 34곳을 지정했다. 그러나 적발된 사례 대부분이 진학 성과를 광고한 경우가 18건으로 전체의 52.9%였고, 자유학기제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당국이 단속에 나섰지만, 학원가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다. 한 입시전문 분석가는 “고등학교 입시까지 과열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안 없이 시작된 자유학기제 때문에 학부모들 불안만 커지고 있다”며 “단속보다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자유학기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