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권력도 움직인다” 인식 기업인은 권력층 친구에 보험 회삿돈으로 재산 120억 불려주고 … 김정주·진경준·우병우 사건보며 지도층 윤리의식 마비에 절망감
씁쓸하다 못해 허망하다. 화가 난다.
요즘 진경준(49ㆍ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 구속과 잇따른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비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이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그들에게선 ‘돈이 최고다’, ‘돈이면 다 된다’는 더 큰 탐욕만 진동한다. 윤리의식이나 소명의식은 커녕 그 잘난 엘리트 의식조차 없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고위 리더층의 거대한 횡포, 거칠것 없는 ‘후안무치’ 앞에서 민초들은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를 정점으로 한 사회 리더층의 거대한 ‘갑(甲)질’이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3·9면
전문가들은 ‘명예도, 신분도, 지위도 상관없이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사고방식이 법조 비리의 주요 원인이며, 이 사회를 더욱 병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고의 대학을 나와 사법고시를 통해 가장 힘이 센 검찰 조직에 들어간 진경준 검사장은 친구 돈으로 쉽게 120여억원을 벌었다. 수사 중인 한진그룹을 봐준 대가로 사업수주 경험이 없는 처남 회사에 13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줬고, 눈 하나 깜짝 않고 수천만원짜리 고급자동차를 받았다.
게임업계 총아라는 김정주(48) 넥슨 회장은 회사 돈으로 친구에게 120억원을 만들어 주고, 든든한 뒷배를 얻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돈이 가장 많다는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은 처가 소유의 서울 강남역 주변 부동산을 넥슨에 팔아 수백억원대의 상속세를 내지 않는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민정수석은 2016년 재산공개에서 393억6700여만원을 신고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김정주-진경준-우병우’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진 검사장은 우 수석과 김 회장 모두와 친분이 두텁다. 그런데 넥슨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1300여억원을 들여 우 수석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황상 서로가 서로를 봐주지 않고선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비상식적 거래라는 게 중론이다.
뒷배와 뒷돈, 탈세가 일상적으로 오가며 수십억, 수백억원이 쉽게 오고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99%의 흙수저들은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노종천 협성대 교수(법학박사)는 “법조계 공무원조차 ‘돈이면 다 된다. 명예도, 신분도, 지위도 상관없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릴레이식 비리’가 공정사회를 해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최대의 적은 담합과 불공정 게임이다. ‘끼리끼리’와 뒷배, 로비가 들끓은 세상은 건전한 자본주의 싹을 자르고 천민자본주의를 창궐케 할 뿐이다.
그래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는 분석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비리를 일으켜도 사람들이 공분을 일으키는데,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할 법조계 공직자들의 비리는 훨씬 더 큰 공분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요즘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검사가 될 수 있었는지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인사 시스템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개혁을 통해 공정사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검찰과 법조계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미봉책이 될 것”이라며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 견제에 나서야 할때”라고 했다.
박일한·고도예ㆍ구민정 기자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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