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또 다시 침묵 속에 연단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는 분열된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보기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며 사회통합을 촉구한 지 5일만의 일이다. 경찰관에 의한 무고한 흑인의 희생, 그리고 경찰관에 대한 저격살해 등으로 이어진 미국사회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흑백내전으로 증폭되는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 주에서 흑인 청년의 저격으로 경찰관 3명이 숨진 데 대해 백악관 기자실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경찰관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사회를 작동하도록 하는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며 “인종이나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미국을 단합시킬 말과 행동에 집중하는 일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분열된 모습이 있다”고 전제한 뒤 “선동적인 언사는 필요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문제의 일부가 아닌 해결책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격과 상식적인 인간성”으로 불신을 없애 다음 세대에 모범을 보이는 일만이 순직 경찰관들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한 뒤 연단을 떠났다.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 비겁자들의 행동”이라고 비난한 뒤 “법을 위반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사회는 경찰관의 흑인 총격과 흑인의 경찰관 총격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흑백간 사회갈등이 사실상 내전으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뿌리 깊은 흑백 차별과 허술한 총기 관리로 흑인 사회와 경찰관 집단 사이의 상호 증오와 공포가 증폭되고, 법 집행의 공정성과 공권력 행사의 효율성이 의심받으면서 다인종 사회의 토대마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미국 사회가 우려했던 ‘닮은 꼴’ 범죄가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와 미 CBS 뉴스가 8∼12일 실시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인종 간 불신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현재 인종 간 갈등이 흑인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흑백 갈등이 고조되면서 18일부터 나흘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폭동과 총격전의 아수라장이 되면서 ‘흑백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장 주변에서는 총기 휴대가 허용된다.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전당대회 중 테러가 우려된다며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흑인 과격단체인 ‘신(新) 블랙 팬더당’ 회원들 역시 총기를 휴대하고 클리블랜드 도심에 나타나 경찰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현지 경찰은 차량 등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시내 주요 도로에 콘크리트 장애물을 설치하고 전당대회장 근처 일부 지역에는 철망을 설치했다. 또 시내 곳곳에 중무장 경찰관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주 방위군과 해안경비대도 투입됐다.

/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