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6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34
형편없이 못생긴 여자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하면 그녀와 사진 한 방이라도 박기 위해 난리가 난다. 종아리가 굵어 황소라도 때려잡을 것 같은 여자라도 일약 스타로 등극하면 초미니, 핫팬츠를 입어도 용서받는다. 이른바 승자의 논리!
하물며 8등신에 에스라인 몸매를 지녔고, 미모로 말하자면 전국구에 해당하던 강유리 선수가 CF 광고계를 주름잡는 스타로 거듭났으니, 그 인기는 더 이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미치겠군, 미치겠어.”
유호성은 비즈니스 석에 잠들어 있으면서도 이렇게 잠꼬대를 연발했다. 꿈속에서도 좀 전에 승객들이 난리를 피우던 모습이 재현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미칠 만도 하겠지. 재벌가문의 2세에 몬테카를로 랠리를 방금 뛰고 온 레이서임에도 불구하고 찬밥 대접을 받고 있으니 질투에 빠져들 만도 했다.
“네가 미치는데 낸들 환장하지 않겠니?”
이건 유호성의 옆자리에 앉아 입에 거품을 물고 있던 신희영의 반응이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 셈이었다.
“이건 뭐랄까? 하극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버르장머리 없다고 하기엔 더더욱 그렇고… 어쨌든 짜증나는 일이야.”
“맞아요, 엄마. 짜증 나.”
그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유한솜에게도 결코 기쁜 일은 아니었다. 강유리와 게릴라레이싱 대회 때 함께 토플리스 차림으로 스키장을 누볐지만 어째서 그녀만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우리가 여태껏 보살펴 준 게 얼만데 저 혼자 덜렁 1등석에 자빠져 앉아있어?”
신희영은 무엇보다도 강유리가 1등석에 앉아 가는 것이 배 아플 따름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4배 아니라 10배를 주고라도 애초부터 1등석을 먼저 차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원통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남아공에 도착하는 대로 갈라서야 할 것 같아.”
“정말? 강유리 선수와 맺은 계약을 깨버릴 거야?”
“그것도 당장 깨버려야지! 먼저 배신 때린 건 강유리 거든?”
아직 비행기가 아시아 대륙 상공을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그들은 강유리 선수의 미래를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했던가? 신희영과 유한솜은 단순한 질투로 인해 강유리를 버리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유호성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강유리가 유명세를 탈수록 더욱 그녀와 함께하길 원했다. 전략적인 생각에 의해서라거나 미래를 훤히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기 때문은 물론 아니었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지, 눈물의 씨앗이야!”
유호성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질투심을 참으며 잠들었다가 사랑으로 인해 눈물 흘리며 잠에서 깨어난 셈이었다. 이를 테면 그는… 어느새 강유리를 마음 깊이 사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찧고, 까불고… 강유리를 헐뜯던 신희영과 유한솜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으므로.
유호성은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2층 계단을 올랐다. 1등석으로 오르는 통로였지만 아무도 제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승무원들도 모두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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