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 붉은 길, 푸르른 마음 (4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어쩜 사진이 이렇게 잘 나왔을까? 강유리 씨 매니저가 군침을 흘릴만한 사진이에요. 과연 얼마에 사시려나? 1억? 2억? 아니면… 10억?”
“아저씨!”
“아이고, 놀래라… 자! 이 사진 중의 일부를 복사해 드릴 테니 스마트폰 번호 좀 알려 주세요. 매니저 폰에 맛보기로 살짝 보내드릴 테니까.”
“그냥 카메라 째로 빌려주시면 안 돼요?”
“서로 믿고 카메라 째 맡기면 나도 좋지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맛보기만 보내드려서 전송이 잘 된다는 것만 확인시켜도 충분해요. 아마 신문사나 방송국에도 똑같이 보낼 수 있을 걸요? 매니저 폰 번호가 어떻게 되지요?”
“그게… 그러니까…”
“엉터리 번호를 대면 큰 코 다칩니다. 아마 강유리 씨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전국에 한 명도 없을 걸요? 그러니 자칫 엉터리 번호를 일러줘서 이 사진이 남의 전화기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아이고, 난 몰라!”
“알았어요, 전화 번호 받아 적으세요.”
그녀는 매니저 백광돌의 전화번호를 줄줄 읊은 후에 눈물을 징징 흘리면서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1등석 화장실 안에는 유호성이 엉덩이를 볼모 잡힌 채 꼼짝 못하고 앉아있을 테고, 파파라치는 이 따끈따끈한 동영상으로 큰돈을 벌 궁리에 빠져있을 테고, 잠시 후엔 매니저 백광돌이 전송 된 동영상 사진을 보다가 졸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나저나 강유리 씨! 나도 착한 일 좀 하게 해주세요.”
파파라치가 유독 부드러운 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또 무슨 협상이 들어올까 불안해하며 뒤로 돌아섰다.
“착한 일? 파파라치 주제에 무슨 착한 일을 하시게요?”
“이 야심한 시각에 화장실 앞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소동을 막지요?”
“이왕 들킨 거! 내가 저 양반을 구해드리리다. 지금 승무원들에게 알려봐야 소란만 떨겠지요. 게다가 강유리 선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요. 어떻게 화장실 변기 안에 엉덩이가 낀 남자를 보게 되었을까? 여자가 어떻게?”
파파라치는 손가락으로 화장실 안쪽을 가리키며 허허 웃었다. 얼씨구? 파파라치 주제에 웃는 모습은 제법 호탕했다.
“자, 약속시간은 30분! 그 안에 매니저가 사진 값을 얼마나 내놓을 지 알아오세요. 나는 조용히 재벌 2세의 엉덩이를 빼주고 있을 테니까. 알았지요?”
“엉덩이가 변기에 낀 건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잠시 문이 열렸을 때… 정황으로 알아챘지요. 촌놈들은 가끔 그런 봉변을 당하기도 한답니다.”
“그럼 진공상태로 변기에 낀 엉덩이를 어떻게 빼내지요?”
“이걸로 주리를 틀듯이 해서… 가랑이 사이에 바람구멍을 내주면 됩니다.”
파파라치는 카메라를 받쳐 세우는 트라이포드, 소위 카메라 다리를 내보이며 말했다. 이를테면 카메라 다리를 유호성의 가랑이 사이에 쑤셔 넣고 주리를 틀겠다는 뜻이었다. 하긴 아무러면 어떠랴. 어서 바람 길을 내어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파파라치를 때려잡든, 흥정을 거들든 할 것 아니겠는가.
<계속>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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