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적 성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은 사회불안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방정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몽골에서 열린 민주화 관련 국제포럼에서 한 말이다. 중국의 정치불안을 비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클린턴이 몽골을 찾은 것은 그간 군사적 분야에 치우친 아시아 외교정책의 중심을 경제 쪽으로 조정하려는 차원으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 업체는 현재 몽골 타반 톨고이의 광산개발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린턴이 이날 연설에서 비록 중국을 직접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국무는 연설에서 “아시아에서 민주를 논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 “경제 자유만 추구하고 정치 자유를 도외시한 국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접근법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인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10여년간 두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하다 최근 경기둔화에 빠진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과도한 민주화는 국가 안정과 경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중국의 기존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또 몽골, 미얀마, 동티모르등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개혁과 선거를 치른 점을 추켜 세우며, “아시아에서도 민주화를 이룬 나라와 달리 어떤 국가는 24시간 내내 자국민의 정보 접근을 통제하고 민주 운동가를 구금하며 지도자를 스스로 뽑는 시민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빈정댔다.
FT는 클린턴의 이런 발언이 중국으로서는 아주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 만에 권력 교체기를 맞이한 중국 최고 지도부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서기의 실각으로 전례없는 정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한 보시라이 사건은 중국 정치인들의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와 부정 축재 등 여러가지 치부를 동시에 드러냈다.
7일부터 시작된 클린턴 국무의 이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6개국 순방은 이들 국가와의 경제 유대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그의 이번 일정은 경제 협력 논의로 가득 차 있다.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무역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미국 비즈니스대표단을 이끌고 캄보디아 시엠레아프를 방문해 미국-아세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교육 및 비즈니스 협정 서명을 체결하고, 57년 만에 방문한 라오스에서는 메콩강 개발 계획과 아세안 통합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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