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2회> 붉은 길, 푸르른 마음 50
왕년에 우리나라 영화계를 주름잡던 미녀 배우 김지미와 가요계를 주름잡던 미남 가수 나훈아가 결혼 발표를 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워낙 유명한 가수와 여배우가 몰래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부터가 태산이 무너질 만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용호상박이라, 그건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는 모양과 같으니 그렇다 치고… 특급 여배우 김혜수가… 당시에 아직 이름을 날리지 못하던 유해진과 사귄다고 했을 땐?”
강준호는 이렇게 말하며 백광돌을 바라보았다. 이를테면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냐는 말을 묻고 싶었던 것이다.
“글래머 배우 김혜수를 사로잡은 그 양반 말예요?
“그래, 사람들이 모두 자네처럼 놀랐단 말이야. 김혜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모두 유해진이 대단하다고 했지.”
“형님, 자다가 남의 다리 긁습니까? 유리가 걱정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데 느닷없이 김혜수가 어떻다고요?”
“이 양반아, 나는 지금 손자병법을 생각하는 중일세.”
“손자병법? 파파라치를 찾아가서 주먹으로 한판 붙으시려고요?”
“허! 참, 무식하긴.”
강준호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손자병법을 헤아리는 중이었다. 전쟁이란 속임수다. 그러므로 능하면서 무능한 듯이 보이게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어쩌면 파파라치와 지적인 전쟁을 한판 벌이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봐, 내 딸 유리가 지금 잠시 텔레비전을 타서 유명해지긴 했지만… 재벌 후계자와 견줄 수는 없단 말일세. 왜냐고? 여긴 자본주의 땅이고, 유리의 인기가 높다고 한들 언젠가는 시들고야 말 테니까.”
“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유호성과 스캔들이 생길수록 내 딸이 유리해진다는 말일세.”
“그럼… 차제에 파파라치의 성질을 건드려서… 그놈으로 하여금 이 동영상을 방송국으로 전송시키도록 한다는 말씀?”
“제법 똑똑하군.”
강준호와 백광돌은 이렇게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그저 애가 타서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강유리뿐이었다. 하지만 참새가 어찌 봉황의 큰 뜻을 알리오? 그녀는 당장에라도 강준호가 파파라치에게 1억원쯤 뚝 떼어주길 원하고 있었다.
“아빠, 어떡해요? 파파라치와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무에 그리 호들갑을 떨어? 다행히 너는 옷을 잘 챙겨 입고 있더구나. 홀랑 벗은 건 유호성이야. 그러니 돈을 가져다 바칠 사람은 유호성이라고.”
“뭐라고요? 아빠!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내 얼굴을 알고 있단 말예요. 유호성 얼굴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환장할 사람은 나란 말예요. 그뿐인가요? 스캔들이 퍼지면 타이거 우즈 측에서도 후계자 지정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그놈에게 가서 우리는 한푼도 줄 수 없다고 해라. 제련그룹이 부자이니 돈은 유민 회장을 찾아가서 챙기라고 해.”
“아빠, 내가 정말 미쳐!”
강유리는 펄펄 뛰었지만 강준호는 이렇게 일축했다. 지금 제가 하는 짓이… 손자병법에서처럼 무능한 듯이 보이면서 능하게 처신하는 짓임을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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