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꿈 접은 산부인과 전공의

‘의사’라는 이름을 따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정현진(가명ㆍ32ㆍ여) 씨는 서울 모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인턴생활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쳐 올해 초 전문의 시험에 합격했다.

산부인과를 전공한 정 씨는 사실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개원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젊었을 때 몇 년 고생하면 기반을 잡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산부인과 개원의 평균 부채 5억원 시대. 수억원을 대출받아 무리하게 개원한 선배들이 수익은커녕 대출이자도 못 갚아 허덕이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개원 비용뿐만이 아니다. 가까스로 개원을 해도 점점 낮아지는 출산율로 환자 유치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인병원보다는 종합병원 및 전문병원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치과처럼 일명 ‘돈이 되는 진료’와도 거리가 멀다. “산부인과 개원은 모험”이라고 말하는 주변의 충고가 괜한 말이 아니었음을 정 씨는 요즘 실감하고 있다.

정 씨는 “단순검진부터 수술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모를 위한 산전프로그램과 산후조리원까지 연계한 전문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라 웬만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근처에 중ㆍ대형 산부인과가 들어서면서 결국 폐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개원은 사실 불가능한 꿈”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서울 모 종합병원 산부인과 펠로우닥터(임상강사)로 취업했다. 개은 기약할 수 없는 꿈으로 미뤄두었다.

가정의학을 전공한 전문의 김상문(가명ㆍ38)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 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월급의로 일하고 있는 그는 최근 개원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었다. 언제까지 월급쟁이 의사를 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마흔이 되면 꼭 개원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종종 병원 건물을 보러 다니고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지만 현실을 알아갈수록 좌절감만 커졌다.

김 씨는 “일명 돈이 되는 비보험 진료가 적기 때문에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수익이 높지 않다. 개원을 해도 빚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주변 이야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대출이자는 물론 매달 건물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고정 지출된다. 1년 버티면 오래 버텼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괜히 욕심부렸다가 빚더미에 앉을 것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현재 구직 활동 중이다. 현재 머물고 있는 병원보다 연봉이 높은 병원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정 씨와 마찬가지로 개원의 꿈은 더 멀어졌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