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0회> 모든 길은 하나로! (9)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항공 안전요원에게 파파라치를 신고하여 현장에서 체포합네 어쩌네 하던 신희영은 무조건 강준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어쩌면 그 편이 아들 유호성을 위하는 길일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파파라치를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어영부영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남아공의 밤공기는 시원했지만 강준호의 심사는 아직 열이 제대로 식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그는 남아공으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에 앉으면서부터 속이 편칠 않았다. 뭐가 어째? 누구는 비즈니스 석에서 편히 누워 가고 누구는 이코노미 석에서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끼어서 가라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그는 아드득! 이를 갈았다. 어차피 실패한 반생을 보상받기 위한 복수의 일환. 유민 회장을 도태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나는 관계이긴 하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박살났다는 것이 더욱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오늘 밤에 어떤 꼴을 당할 지 두고 봐라… 그는 신희영의 트렁크로 가득 찬 카트를 굴려 공항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다시 한 번 바드득! 이를 갈았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골프 전지훈련이 새로이 시작되었으니 언제나처럼 강준호가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그는 신희영의 심리상태를 꿰뚫고 있었다. 낯선 곳에 도착하면 신희영은 불현듯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하와이에서도 그랬고, 모나코에서도 그랬다. 무얼 그랬냐고?
통과의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낯선 호텔방의 침대에 대한 경의? 아무러면 어쩌랴, 속된 표현으로 그녀는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굴뚝같은 성욕을 느끼며 안절부절 못하곤 했다. 그럴 땐 상체를 지그시 끌어당겨 젖가슴에 압박을 가해주거나, 허리를 진하게 감싸 안거나, 하다못해 어깨라도 거칠게 부여잡아 주어야만 했다.
그런 처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강준호가 오늘따라 소 닭 쳐다보듯 하고 있었으니… 남아공의 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한 전설의 도시 ‘로스트 시티’로 달려가는 승용차 속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했다.
얼핏 흔한 속담을 연상하시겠지만, 소가 닭 쳐다보는 전략은 강준호가 신희영을 사로잡기 위해 구사하는 고 단수 연애전략이었다. 나이 환갑의 노인네가 무슨 연애전략이냐고? 모르시는 말씀이다. 싱싱한 생선이야 회를 뜨든, 포를 뜨든 아무 상관없지만 한 물 간 생선일수록 요리솜씨가 좋아야 밥상머리에서 젓가락질이라도 당하는 법이다.
“오늘은 왠지 강 프로가 남 같아요.”
오늘은 왜 이렇게 쌀쌀맞게 구느냐고 신희영이 투정하는 것이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계속해서 소가 닭 쳐다보듯 여겨졌다면 전략은 일단 성공한 셈이었다.
“남처럼 군 게 아니지. 당신이 곧 물려받게 될 회사 걱정 때문에 그랬다오.”
“직원들 걱정?”
“골프대회 구상!”
그가 강조한대로 유민 회장과 이혼을 성사시키면… 그러니까 유민 그룹의 작은 계열사를 인수 받게 되면 그녀는 제일 먼저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골프대회를 열기로 약속했었다. 직원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심어주는 방법으로는 역시 골프대회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 그랬구나…”
신희영이 입을 삐죽였다. 밉지만 회사 걱정 때문이었다고 하니 미워할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전략이 조금씩 먹혀들어간다는 반증이었다.
“모나코에서 떠나온 지 며칠 되었지?”
강준호는 문득 이렇게 질러놓고 나서 신희영의 두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렇지…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곧 모나코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보낸 지 며칠이나 되었냐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자산가의 저력은 하락장서 나타난다…위기 속 기회 찾는 ‘힘’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8/31/news-p.v1.20260831.a0fa168d036d4658b6cb03a0502c0de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