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9회> 모든 길은 하나로! (8)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신희영이 눈물을 흘리다니… 혹시 티눈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그녀의 눈에서는 금세 닭 똥 같은 눈물이 굴러 떨어졌지만 글쎄, 여태껏 그녀를 보아 온 강준호로서는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악어의 눈물?

잘 알다시피 악어의 눈물은 참회하여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악어가 큰 고깃덩이를 삼킬 때 우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욕심 때문에… 제 입보다 훨씬 큰 먹이를 숨도 쉬지 않고 삼키기 때문이다.

악어의 눈물은 거짓으로 흘리는 위선의 눈물로 해석되겠지만, 생리학적으로 본다면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입을 한껏 벌리는 통에 눈물샘이 짓눌려져서 흘리게 되는 눈물이다. 그런 점으로 보아서는 신희영이 흘리는 눈물도 악어의 눈물과 다름없었다.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되는 그런 눈물.

“신 여사. 내 말 잘 들어요. 당신은 지금 절치절명의 순간에 처해 있어요. 그럴 때일수록 적군과 아군을 잘 가려야 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데?”

“파파라치와 천 부장! 그 작자들의 농간에 넘어가면 안 되지요.”

“파파라치는 물론 적군이지요. 그의 농간이 뭔지는 잘 알지만… 천 부장은 어째서 적군이라는 거예요?”

“아까 신 여사님께… 이혼소송을 포기하라고 하잖습니까? 그 미친 녀석이.”

파파라치의 협박 문자를 받은 직후 비즈니스 석 한쪽 구석에서 벌어졌던 5자회담을 그는 떠올리고 있었다. 신희영, 백광돌, 천 부장, 공 과장과 동석하여 대비책을 강구하던 중에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던 천 부장은 이혼소송 포기를 주장하지 않았던가.

당장 오늘 저녁 호텔비도 모자라는 판에 1억 원을 내놓으라는 파파라치의 협박이 겹쳐 진데다가, 가처분신청인가 뭔가 하는 법원의 명령에 발목을 잡히고 있었으니… 다른 해결책도 없었을 것이다.

“당장에 1억 원을 구하려면 가처분신청을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원인사항인 이혼소송을 취하해야겠지요. 맞는 말 아닌가요?”

“순간의 고통 때문에 영원한 행복을 거절하시려고요? 당장 쓸 돈이 모자라면 과부 땡빚이라도 내면 될 거 아닙니까? 회장님 녹을 받아먹고 있는 경리부장이… 회사에 돈이 떨어지면 아무데서고 구해올 줄도 알아야지요.”

“생각해보니 그러네. 경리부장의 본분이 뭐야? 중소기업체 경리부장 쯤 되도 회사가 어려우면 척척 돈을 잘도 구해 오던데 대기업 경리부장이 되어서… 쯧쯧.”

“그들의 농간이 뭔지 확실히 아셨다면 장차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고 유민 회장과의 이혼소송부터 확실히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당장 필요한 돈은?”

“천 부장에게 무슨 짓을 해서든지 구해오라고 하세요. 나중에 갚으세요. 그까짓 거 이혼해서 받을 재산에 비하면 껌 값 아닙니까?”

강준호는 이렇게 몰아붙였다. 얼핏 보아서는 조용히 의견제시를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심 그는 1거3득의 효과를 거두는 웅변 중이었다. 그 세 가지 득이란…

첫째, 이혼을 기필코 성사시켜서 유민 회장의 재산을 반 토막 내는 일, 둘째, 파파라치의 심기를 거슬리도록 하여 동영상을 한국 방송사에 퍼뜨리도록 하는 일, 셋째, 아군임을 확실히 인식시켜 그녀를 완전히 사로잡는 일 등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1, 유민 회장을 망하게 하고 2, 강유리를 더욱 유명하게 띄우고 3, 그녀가 분할 받은 재산마저 사랑의 이름으로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