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4ㆍ사진)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한 글로벌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업체간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직접 해외법인을 방문해 시장별로 맞춤형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예고 없는 현장 방문을 통해 글로벌 조직 곳곳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액티브 오너십(Active Ownership) 효과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법인 관계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판매전략 등을 집중 점검했다. 현대차, 기아차의 캐시카우인 미국 시장은 최근 일본 업체들의 부활과 미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7월 말 기준)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지만, 도요타(28.3%), 혼다(18.9%), 닛산(14.7%) 등은 물론 시장 평균(14%)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미국으로 공장을 옮겨오고, 신차를 쏟아내는 등 경쟁사들의 집중적인 물량 공세 정 회장이 빼든 카드는 의외로 제값 받기를 통한 수익성 강화였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에서 점유율 10%, 연간 120만대 판매에 근접, 시장 규모 측면에서 이미 무시 못할 수준의 입지를 구축했다. 과거 일본 업체들 처럼 미국 토종업체들의 견제와 품질 이슈를 낳을 수 있는 양적팽창 경쟁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판매 1위 도요타와 비교를 하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과 매출은 도요타(497만대, 161조원)가 현대ㆍ기아차(357만대, 66조원) 보다 앞서지만, 영업이익은 도요타(8조5000억원)와 현대차(7조1000억원)가 별반 차이가 없다. 도요타(영업이익률 4.2%)에 비해 현대ㆍ기아차(11.4%) 수익성이 약 3배 가량 높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경쟁업체들의 물량공세나 할인공세에 연연해 하지 말고 지금까지 현대ㆍ기아차가 지속해온 ‘제값 받기’ 정책을 통한 경영 내실화를 강화함으로써 대응하라”고 주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중국 시장은 미국과 해법이 또 다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 2014년께 찾아올 고도 성장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공장 증설을 하지 않았던 현대차, 기아차가 중국에선 모두 공장을 추가로 지었거나 짓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기아차 중국 3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메이커로의 착실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회장의 현장경영이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 3월 전격적으로 이뤄진 유럽 방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세계 경기침체의 진원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유럽을 찾아가 판매 및 생산법인의 현안들을 직접 점검했다. 특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창의적인 사고를 집중 주문한 그는 ▷독일, 프랑스 등 주요지역 직영체제 구축 ▷산탄데르와 자동차 금융 위한 합작법인 설립 ▷ i시리즈 전략 차종을 투입 등의 유럽 시장 공략 전략도 일일이 체크했다. 정 회장의 선제적인 대응 주문 이후 현대ㆍ기아차는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유럽에서 지난 6월 역대 최대 점유율인 6.3%를 달성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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