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동아시아에 ‘천하대란’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중·일 간 댜오위다오 분쟁에 독도 문제까지… 이런 때일수록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에 일본과 전쟁이 벌어지면 당장 입대해 맞서 싸우겠다. 그래서 옛날에 일본에 당했던 치욕과 원한을 시원하게 갚아주고 싶다.” 기자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일하는 올해 20살인 장젠화(張建華)는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일(反日)정서에 대해 물어보자 이렇게 말하면서 ‘르번꾸이즈(日本鬼子·악귀 같은 일본놈)’이라고 내뱉었다. 주먹까지 불끈 쥔 모습이 혈서라도 쓸 기세다. ‘르번꾸이즈’는 일본인들을 낮잡아 부르는 중국어 욕이다. ‘꾸이즈’는 원래 중국을 침략한 서양인에게 쓴 멸칭(蔑稱)이었다. 이는 서양인의 얼굴 생김새가 마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청일전쟁 이후 ‘꾸이즈’는 일본인을 비하하는 말이 됐다.

중국인의 반일정서는 뿌리가 깊다. 청나라 말기 때부터 신중국이 수립되기 전까지 일본에 시달린 근·현대사를 치욕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중국 당국의 교묘하고 치밀한 반일교육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지금도 ‘캉르(抗日·일본에 항거하다)’를 소재로 한 TV드라마와 영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중국인의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최근 들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덩달아 중국인들의 반일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15일 홍콩 시위대의 댜오위다오 상륙 이후 중국에선 반일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반일여론도 심화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일본 차라는 이유로 경찰 순찰차가 전복되고 일본 횟집과 라면집의 유리창도 깨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가 탑승한 차에 꽂혀 있던 일장기를 탈취해 달아난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 군부도 영유권 분쟁에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오키나와의 귀속권까지 언급하고 중국의 첫 항공모함 명칭을 ‘댜오위다오 호’로 붙여야 한다고 건의하는 등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10년 가을 발생한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중국에 밀렸던 일본은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강공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9월 중순쯤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민간 소유주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 일본 방위성은 빼앗긴 섬을 탈환하는 상황을 가정해 4대의 상륙돌격장갑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은 역사적·안보적 문제에다 경제적 실리까지 얽혀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2012년 동아시아에 ‘천하대란’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재점화된 중·일 간 댜오위다오 분쟁만 놓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독도 문제까지 겹치면서 구시대의 ‘악귀(鬼子)’가 다시 이곳을 배회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일로인 상황이라 서로 힘을 모아도 시원치 않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폭력적 담론이 오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주변을 자극하는 정치적 퍼포먼스도 적정선에서 자제해야 한다. 평화보다 더 큰 이익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