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들의 정밀부품이 없으면 대다수 중국 공장들의 생산라인은 돌아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불매운동은 부메랑이 되어 중국의 산업, 수출, 취업에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이미 1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08년 2월 일본 상선 ‘제2 다쓰마루(辰丸)호’가 대량의 군수물자를 밀수하다가 마카오 해상에서 청나라 해군에게 적발됐다. 분노한 청나라 해군은 선적된 총기ㆍ탄약 등을 압수하면서 다쓰마루호 선상의 일장기를 찢어버렸다.
그러나 일본과 당시 마카오를 지배하고 있던 포르투갈의 압력으로 그해 3월 19일 청나라 정부는 다쓰마루호를 풀어주면서 배상금도 물어주기로 했다. 게다가 21발의 예포까지 발사해 사죄를 표시했다. 광둥인(廣東人)인들은 격분했고 이날을 ‘국치일’로 선언하면서 일본 제품을 사지 말 것을 호소했다. 이는 중국 역사상 첫 번째 일제 불매운동이었다. 불매운동은 상하이(上海), 난양(南洋)군도까지 확산됐고 결국 일본은 배상금 요구를 취소했다.
1차 세계대전 중인 1915년 일본이 위안스카이(袁世凱) 정부에 강요한 ‘21개조 요구’, 1919년 발생한 5·4 운동은 중국 전역에서 일제 불매운동을 촉발시켰다. 30년대 들어 중국과 일본이 전면전에 돌입하자 일제 불매는 더욱 기세를 떨쳤다. 소설가 마오둔(茅盾)이 1932년에 발표한 ‘임가포자’(林家鋪子·임씨네 점포)는 이 시기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묘사한 단편소설로 유명하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중국 내의 반일정서가 점점 불타오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제 불매운동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방문자 수가 100만명을 넘는다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명인 ‘다하오(大號)’는 최근 반일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일본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만약 중국사람들이 한 달 동안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수천 개의 일본 기업이 파산할 것이다. 6개월 동안 사지 않으면 일본 인구의 절반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1년 동안 사지 않으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라면서 불매를 호소했다.
지난 100여년 동안 일어났던 일제 불매운동의 평가를 놓고 중국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식견 있는 중국 지식인들은 과도한 불매운동에 찬성하지 않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중국 경제에 내재된 거품을 빼버리면 ‘진정한 실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주(駐)프랑스 대사와 중국외교학원 원장을 역임했던 우젠민(吳建民) 중국 국가혁신발전전략연구회 부회장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현재 소니 제품의 95%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일제 불매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현재 중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은 대체재를 찾기가 어렵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들의 정밀부품이 없으면 대다수 중국 공장들의 생산라인은 돌아가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 불매운동은 부메랑이 되어 중국의 산업, 수출, 취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한국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이다. 일본 제품이 거슬리면 우리가 그 제품을 만들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의 저열하고 치졸한 행태에 대해 분을 삭일 수 없지만 불매운동은 한순간 파급을 일으킬지 몰라도 지속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실력’으로 명실공히 일본을 앞서는 날, 독도를 둘러싼 소란은 조용해질 것이다. 그날을 하루빨리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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