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 미국서 공부할 때이다. 두 가지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 그러나 그 사건을 수습하는 미국 대학 당국의 태도가 특이했고 내겐 큰 충격이었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나는 필수과목 학기말 시험 중 한 학생이 커닝을 하다가 발각되었다. 쪽지를 보고 답안지를 작성하는 현장을 감독교수가 적발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첨단 장비로 가득 찬 실험실에서 한 학생이 실수로 불을 내 큰 재산 피해를 낸 일이다. 대학 당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두 가지 사안을 심의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한 학생에게는 그 학기에 취득한 모든 학점을 무효화한다고 결정했다. 징계위원회는 시험부정 행위는 정직을 배워야 할 학생의 본분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적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도전이고 대학의 존재 가치를 뒤흔드는 일이어서 용서할 수 없다고 ‘성적 몰수’의 이유를 밝혔다. 이 결정으로 그 학생은 학교를 떠났다.

두 번째 케이스 결정문은 ‘errare humanum est(인간은 실수 할 수 있다)‘는 라틴어 격언으로 시작되었다. 재산상 큰 피해를 주었고 당분간 실험을 할 수 없어 많은 불편을 가져 온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어서 용서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하면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하겠다는 주의 환기의 경고도 곁들였다.

요컨대 근본 가치나 원칙에 도전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행위는 아무리 하찮아도 엄중하게 다스리고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크기와 상관없이 용서한다는 것이 그 대학의 업무 처리 방식이다. 근 50년 전의 일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최근 Kt 야구단 소속 김상현 선수의 불미스런 사건을 처리하는 구단이나 뭇매를 가하는 SNS의 행동이 못마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김상현 선수가 저지른 일을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그의 행동이 ‘임의탈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정도로 무거운 것인지를 한번 따져 보자는 것이다. 김상현의 불미스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현저하게 피해를 주었다거나 도덕이나 윤리체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욕정을 이기지 못해 저지른 실수이다. 얼마 전 제주에서 지검장이 큰 도로에서 음란행위를 해 물의를 일으켜 현직에서 사퇴한 일이 있다. 그때는 그 사안을 병적인 현상으로 보고 용인하는 쪽으로 마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추상같았다. 1년 후에 복귀할 수 있다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선수생명을 마감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무거운 벌이기 때문이다.

김상현 선수는 분명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승부조작이나 음주운전 그리고 도박 등 스포츠 정신을 뒤흔드는 것과는 다르다. 구단이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조급하고 각박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남의 과실을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작은 것 큰 것을 가려서 판단하는 지혜가 아쉽다. 남의 허물이나 죄는 부드럽고 인자하게 지적해야 한다는 것이 불가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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