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최근 중국 시양(西洋)그룹의 북한 투자 사기담이 중국 언론에 의해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업체는 대북투자에 대한 감회를 한마디로 “한바탕 악몽이었다”고 표현했다.
중국기업의 대북투자 실패담이 이처럼 언론에 낱낱이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중간 경협관계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이 시양그룹 사건과 관련해 “해외(중국) 언론이 과장 보도했다” 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랴오닝(遼寧)성에 위치한 시양그룹은 중국 동북지역 최대 민영기업으로 꼽힌다. 이 기업은 지난 2007년 철광석을 가공해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을 북한에 차리기로 했다. 투자금 3800만달러로, 북한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기록했다.
시양그룹은 이를 위해 북한 영봉연합회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설비와 자금을 대고 북한 측이 토지와 광산을 현물로 출자해 각각 75%와 2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무한 데다 계약 당시와 달리 북한이 자원세를 25%로 대폭 인상하자 시양그룹은 2009년 철수를 결정했다. 북한은 그런 시양그룹에게 당초 계약대로 조건을 이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어렵사리 공장을 완공하고 3개월의 조업 끝에 고급 분광 3만t가량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자 북한의 태도는 다시 돌면했다. 임금인상, 토지 사용로 등 각종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시양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파기했다.
시양그룹은 “생산라인 보호를 위해 직원 20명을 북한에 남겨뒀으나, 지난 2월 무장 군인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버스에 태워 중국으로 추방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북한의 사기 행각 뿐만 아니라, 북한 측 관리들의 뇌물수수ㆍ성접대 요구 등 비리 사실까지 까발렸다.
중국 내 파장이 커지자 북한은 5일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시양그룹이 북중 경제협력을 이간질 시키고 있다면서 이 기업의 투자 의무의 50%만 이행해 계약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북한 내 다른 투자자들의 동요를 의식한 북한은 “상호 존중이라는 원칙 하에 국제투자관계를 발전하고자 하는 모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필립박은 FT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느끼는 불안감”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해외 투자자가 북한의 자원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북한 정권의 수중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대북투자에 적지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북한이 한국 현대그룹의 자산을 몰수하고 직원을 추방한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FT는 최근 북중 경협이 최근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북한의 대외 무역 가운데 중국이 89%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중국방문 때 경제협력을 논의한 점을 예로 들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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