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가 본 이두호 화백
내가 처음 이두호 선생님을 만났을 때 그의 별칭은 ‘뿔따구’였다. 성질나면 소뿔처럼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냅다 받아버린다는 얘기다. 당연히 첫인상은 무서웠다. 선생님은 별칭대로, 땅에 깊숙이 박힌 굵은 말뚝처럼 무뚝뚝했고 무거웠다.
한참 후에 이두호 선생님이 만화가협회 회장직을 맡으셨을 때, 내가 대한민국의 창조신화를 만든답시고 까불대다가 음란폭력물 제작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 달에 한 번 재판을 받을 때에 가장 죽을 맛이었던 건, 법리논쟁보다 이런저런 잡범들과 함께 법정을 드나드는 것이었다.
‘음란이냐 예술이냐’라는 법정 싸움은 6년이나 계속됐고, 선생님께선 그 기간을 항상 나와 함께 법정에 출근하셨다.
어느 날 아침. 집에서 기분 좋게 푹 자고 있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졸린 눈으로 전화를 받았더니 “이 선생, 어디쯤이쇼? 나는 도착했는데?”
맙소사! 그날은 재판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선생님께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평소 만화계 일에 무심한 듯 하시다가도 동료 만화가들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어느새인가 앞에서 뒤에서 힘을 실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요즘 젊은 만화계 후배들까지 선생님을 정신적 지주로 받들어 모시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간간히 후배 만화가들이 ‘니편, 내편’하며 분탕질이 심하면 다들 불러들여서 점잖게 정리해 버리신다. 마치 “뭐, 이딴 걸 가지고!”라고나 하시듯이.
이러니 대한민국 만화계가 이두호 선생님께 의지할 수밖에.
그런 근엄한 모습의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교 학생들은 모두들 이두호 선생님이 귀여우시다고 얘기한다. 이 무슨 불경스러운 놈들인가 하겠지만, 학생들의 얘기가 맞다. 어느 봄날에 카카오톡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부처님이 오셨는데 뭐하슈?” “방콕? 으아아아 ~ 방콕, 좋겠다아~!!!”
그리고 얼마 전에도 또 다른 문자가 카카오톡으로 들어왔다.
“흠, 나도 희망이 보이는군! 싸이 춤 정도야 ^^ 으하하하하 ^^”
참고로 선생님은 어마어마한 음치에다가 몸치시다. 이런 선생님을 어찌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올해 연세가 70이신 선생님은 ‘만화 한국사’를 보는데 현미경이 필요할 정도로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도 4년이나. 이것도 대단한 일이거니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지금까지 오로지 바지저고리, 조선사극만 그리고 계시는 그 고집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내게는 이제 이두호 선생님하면 바로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있다. 감이 있는 사람은 바로 느낌이 올 것이다. 그렇다! ‘쿵푸팬더’의 마스터 시푸!
쏟아치는 벛꽃 아래 말뚝처럼 서서 우둔한 ‘포’에게 삶의 철학을 유머처럼 툭툭 던지는 레드팬더 시푸가 바로 이두호 선생님의 모습이다.
나는 이두호 선생님을 누구보다 스승으로 존경하고 친구처럼 좋아한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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