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코스닥 상장 A 사의 실질 사주인 B 씨는 이 회사 대표이사인 C 씨로부터 반기 결산 결과, 완전 자본 잠식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B 씨는 이 같은 정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팔아치웠다. 이어 C 씨는 A 사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주가가 너무 낮아 유상증자 발행가가 액면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주식투자 전문가 D 씨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했다. D 씨는 두 달에 걸쳐 허수 매수 183회, 고가 매수 58회 등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증권선물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례다. 이처럼 작전은 주로 기업 규모가 작고 실적이 부실하거나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다분한 기업에서 발생한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적발된 불공정거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주식시세조정 혐의로 통보된 78건 가운데 자본금 2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53건(68%)이 발생했다. 또 자기자본이 3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40건(51.3%), 당기순손실을 내거나 당기순이익 규모가 5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 45건(57.7%)이 각각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가 8월 중 급등했던 정치테마주 9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상승률은 102.5%에 달했다. 반면 영업이익 평균은 4000만원 적자, 당기순이익 평균은 4억8000만원 적자에 불과했다.
실적이 부진한데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인다면 작전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작전주는 보통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고 거래량도 평소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유통물량과 기관 비중이 작고 대주주 지분이 높은 종목도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적은 자금으로도 손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자원 개발 등 개미들이 솔깃할 만한 호재가 있는 기업들도 주가 조작에 애용된다. 작전세력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메신저ㆍ메일 등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최근에는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각종 공약이나 대선 캠프에 속한 인사들과 연관된 종목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한 대선 주자가 북방 횡단열차와 관련해 언급하면 과거 고속철도 사업을 했던 건설주를 띄우는 식이다.
유력 대선 주자와 같은 대학 출신이거나 대선 캠프에 속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기업 등도 인맥 관련 정치테마주로 엮기 좋은 대상이다.
이처럼 특정 대선 주자나 대선 공약과 연결되면서 갑자기 주가가 급등한 종목의 배후에는 작전세력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된 112건 가운데 37건이 정치테마주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거래 3건 가운데 1건꼴이다.
적발된 정치테마주 가운데에는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바른손과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작전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변할 경우 ‘투자 주의’ ‘투자 경고’ ‘투자 위험’ 등으로 지정해 경보를 울린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뭔가 있나 보다’ 하며 불나방처럼 뛰어들기도 한다. 거품이 꺼지기 전에 자신만 탈출하면 된다는 생각 탓이다.
작전세력이 털고 나갈 시점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루 이틀 사이에 시세 조작 및 이익 실현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정보에 어두운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
시감위는 “상장 기업의 주가는 결국 실제 가치로 회귀하게 돼 있다”며 “정치테마주와 같이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양산되는 종목에 추종 매매를 지양하고, 실제 사업 및 영업 실적을 신중하게 분석해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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