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총장 선임에 참여…오 이사장, 합의 이행않고 사퇴만 종용”
“‘대통령이 그만두라고 했다’고 오 이사장에게 수차례 전해들어”
학생회 관계자 “25일 이사회서 총장 퇴임 안 되면 총장실 점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서남표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내년 3월 자진사퇴한다. 서 총장은 이 같은 의사를 밝히면서 오명 카이스트 이사장의 동반사퇴도 요구했다.
서 총장은 17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정관에 따라 임기는 2014년 7월까지지만, 내년 2월 카이스트 졸업식과 입학식에 참석한 뒤 3월 정기 이사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내년 1월 이사회가 총장 후보 선임위원회를 구성하면 후임자 선발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 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할 사람이 선임되어야 한다”며 “이사회와 함께 내년 1월부터 능력과 비전, 리더십을 갖춘 인사를 후임 총장으로 영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카이스트 이사회는 지난 7월 20일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오명 이사장과 서 총장이 협상을 통해 거취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서 총장은 오 이사장에 대해 “(7월 임시 이사회의) 합의 내용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자진 사임만 유도하려고 했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현 정부 임기 중 후임 총장을 시급히 선임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이사장의 유일한 목적은 총장을 내쫓는 것이었다”며 “정치적 의도가 담긴 언행으로 학교의 혼란을 가중시킨 만큼 오 이사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퇴 배경과 대해서는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그만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오 이사장에게 수차례 전해 들었다”며 “실제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지 오 이사장이 대통령 이름을 팔았는지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2006년 카이스트 총장으로 취임, 연구예산 확대, 교수 정년심사 강화 등 개혁을 추진했으나 2010년 연임 전후 ‘일방적 경영을 고집한다’는 학내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성적 부진 학부생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매기고 영어강의를 의무화하자 압박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한데다 특허 도용과 교수 임용 특혜 등 의혹으로 교수 사회와 불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사퇴 여부를 놓고 이사회와도 마찰을 빚어왔다.
한편 카이스트 학생회는 이날 “전날 오후 10시 전체학생 대표자회의를 열고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 전체 학과 대표, 비례 대의원 등 27명 가운데 25명이 찬성하고 2명이 기권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며 총장실 점거를 예고, 서 총장을 압박했다.
이날 서 총장 회견장에 참석한 김승연 카이스트 1학년 반대표자협의회 의장은 “서 총장의 기자회견에는 학생을 위한 얘기가 어디에도 없다”며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총장 퇴임이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총장실 점거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총장이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혀 총학생회 차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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