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제안서 발표까지…숨가빴던 순간들

5일 강연서 安 “회동 전격제의” 오후 8시40분 시기·장소 발표 6일 백범기념관서 논의 시작 단일화 방식놓고 ‘밀당’예고

불과 10분 만에 ‘단일화 전쟁’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5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1대1 회동을 제의하고, 6일 전격적인 협상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꼭 10분이다. 지난 9월 안 후보의 대선출마 후 ‘국민 인내심’을 시험하던 단일화 협상은 의외로 간단하게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만이라도 합의하자’면서 공식 제안한 이후, 회동장소를 발표하기까지 32시간 동안 양측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신경전을 전개했다.

단일화 회동의 포문은 먼저 문 후보가 열었다. 지난 4일 오후 3시 수도권 선대위 출범식에서 문 후보는 “제게 유리한 시기와 방법을 고집하지 않겠다. 모든 방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처음으로 단일화를 공식제안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양 캠프의 숨막히는 첩보전과 연막전이 이어졌다. 안 후보 측은 지난 4일까지도 “정치개혁 없는 정권교체는 일어나기 힘들다” 또는 “(전남대) 강연을 들어보시라”면서 즉답을 피하고 사실상 연막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양측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다음날 안 후보의 전남대 강연에서부터였다. 오후 2시53분께 강연 도중 안 후보는 “우선 문 후보와 제가 먼저 만나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후 안 후보와 학생들 간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3시7분, 조광희 비서실장(안철수 측)이 노영민 비서실장(문재인 측)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제안했고 이를 노 비서실장이 흔쾌히 수락했다. 불과 10분 만에 회동 제의에서 합의까지 이른 것이다.

안 캠프의 정연순 대변인도 곧바로 “내일 배석자 없이 두 후보가 만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안 후보의 제안에서부터 실무진의 행동이 모두 거의 실시간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셈이다.

뒤이어 3시30분, 문재인 캠프 측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후보 간 만남을 통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환영하고 수용한다. 두 분의 아름다운 협력과 경쟁을 통해 정치를 혁신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어 줄 것을 함께 결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 공보단장은 협상 상황이 미리 언론에 밝혀진 것과 관련해 “이런 일은 그렇게 빨리 확인해주는 일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같은 시각. 문 후보 캠프 곳곳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필 광주에서 이런 발표를 한 것이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 “안 후보의 연막전에 우리가 당했다”는 말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들이 빗발쳤다.

양측 캠프 비서실장과 실무진은 1분1초가 아깝다는 듯 계속해서 연통을 날리며 일정 조율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안 후보 측은 서울 공평동 진심캠프를 베이스 캠프로 해서 광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안 후보 수행 실무진과 계속해서 전화를 주고받으며 조율했고, 문 후보 측과도 일정 조율에 전화통이 북새통을 이뤘다. 또 다른 켠에선 단독회동에 앞서 ‘작전’을 짜기 위한 비상대책회의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그 사이 문 후보는 오후 4시에 민주당내 쇄신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눴고 이후 중진 의원들과 만찬회동을 가졌다. 안 후보는 선대본부장들과 함께 광주에서 급히 서울길에 올랐다.

시간과 장소 협상이 최종 발표된 것은 오후 8시40분께였다. 10분 후 진성준 캠프 대변인은 5일 영등포 당사에서 “특별히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기본이 되는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는 백범기념관에서 두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한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범기념관을 만남 장소로 제안한 것은 문 후보 측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6일 오후 6시 대선의 중대한 분수령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마침내 테이블에 앉게 됐다. 이로써 불과 32시간 동안 이어진 숨가쁜 첩보전과 연막전, 연통전이 숨을 돌리게 됐다.

<양대근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