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화촉 밝히기, 혼인서약, 성혼선언, 주례사, 축하공연, 결혼행진으로 이어지는 요즘 결혼식이지만, 원래 우리 전통 혼례에는 주례사가 없었다고 한다.
혼례 미사나 예배를 집전하는 성직자가 주례 설교을 했던 서양식 결혼식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주례사가 생겼다는 것이다.
결혼허락 편지를 전달하는 의혼, 사주를 보내는 납채, 혼인날짜를 통보하는 연길, 혼수를 주고받는 납폐를 거쳐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친영(親迎)하는 절차가 바로 전통혼례인데, 서로 전안례(奠雁禮), 교배례(交拜禮), 합근례(合巹禮) 등 예를 갖추는 과정에 행복한 결혼생활에 필요한 덕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신랑이 기러기를 가져가서 행하는 전안례에는 이성의 동반자 하나만 평생 사랑하는 기러기의 영원한 사랑을 두 사람이 나누겠다는 뜻이 담겨 있고, 교배례는 서로에게 큰 절로서 존경을 표하는 것이며, 합근례는 이 모든 언약을 약속하는 신랑 신부의 ‘러브샷’이다.
‘결혼식’이라는 절차 속에 이미 둘 간 사랑의 과정와 약속이라는 큰 의미가 담겼으니, 그 뜻을 다시 강조하는 주례사는 사족(蛇足)일 수도 있겠다. 3년전 타블로와 강혜정이 결혼할 때엔 주례사 대신 ‘이런 신랑, 이런 아내가 됐으면’ 하는 두 사람의 글이 낭독되었다. 이처럼 주례사를 식순에 넣지 않는 결혼이 늘고 있다. 주례사는 늘어지면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물론 간명하면서도 감동적인 주례사는 결혼식을 빛낸다. 귀에 쏙 들어와야 한다. ‘결혼은 3개월을 사랑하고, 3년을 싸우며, 30년을 참는 일이다. 상처주지말고 슬기롭게 싸우자.’라든지,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는 것도 좋다. 외형은 변하지만, 마음은 변치말라.’ 등등.
명(明) 주례사가 아니라면 하객의 인내어린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좋은 말 장광설을 늘어놓다보면 주례 스스로도 찔릴 것이다. 오죽하면 ‘주례사가 고민되면, 주례 설 당신이 살아왔던 반대로만 말하면 된다’는 냉소어린 충고가 나왔을까.
4일 오후2시 서울 군인공제회관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나우무용단 무용수 김병화 팀장과 조명예술가 황종량 작가의 결혼주례사는 “무용수를 평생 비추는 조명예술가. 둘의 삶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다툴 일이 많은데 무조건 참아야 빛 에너지가 산다. 이들의 빛나는 결혼에 큰 박수를 보내달라”가 전부였다.
1분만에 끝난 주례사에 하객의 우레와 같은 환호가 이어지는 순간, 닥종이 인형 탈을 쓴 갑돌이와 갑순이가 예식홀에 등장해, 노랫말과는 달리 끝내 사랑이 이뤄지고 만다는 내용의 무용 무대를 선사했다. 이어 예술인 장사익 선생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라는 무반주 축가를 부르면서 하객의 감성을 바짝 끌어당겼다.
쉬고 싶은 주말, 의무감에 왔을지도 모를 하객들은 두 편의 문화예술 공연을 감상하는 횡재를 얻었던 것이다. 예식이 끝나고 밥맛도 좋았음은 물론이다.
주례 청탁을 받았거든 “나는 금방 끝낼 터이니, 신랑신부가 알아서 아름답게 채우라”고 통보한 뒤, 강하게 딱 한마디만 준비하시라. 그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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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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